광덕미치광이풀 Korean scopolia

삼도봉 가는 길은 미치광이풀 천지다. 온통 짙은 자주색이다. 미치광이풀과 노랑미치광이풀의 교잡종인 광덕미치광이풀로 봐야 하나? 미등록종이다. 이영노가 광덕산에서 처음 만나 붙인 이름이다. 노루귀처럼 며칠 지나면 노래질까. 말라깽이 늙은 신참 회원 하나가 무척이나 신기해 한다. 독성이 강해서 미치광이풀입니다 했더니 얼마나 독한지 먹어보았다고 자랑이다. 뿌리에 독이 있다 하니 잎사귀 한잎 씹었다고 탈이야 나겠는가마는. 아하, 늙으면 겁도 없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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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풀 / 도종환

 

 

섬바위 넘는 길에 진달래 피었더라.

골바람에 벼랑흙 한 켜씩 무너지고

문둥이 새살처럼 진달래 돋았더라.

 

층층구름 밑으로 살구꽃 피어나도

겨울 벌판에 쓰러졌던 너는 돌아오지 않고

그늘 밑에 못 보던 미치광이풀 몇 개

낮게 끌어 덮은 겨울흙 비집고 솟았더라.

 

미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고

스산한 무대 뒤켠 분장실을 나오며

우렁우렁 울리어대던 네 목청처럼

곤곤한 봄날 독을 품은 풀 몇 개 솟았더라.

 

살아서 한 그릇 양식이 못 되던

네 몸짓 지금은 또 얼마나 썩고 있느냐.

그깟 이삼류 지방 연극배우에 목숨을 걸던

네 가난한 오기는 또 얼마나 썩어 있느냐.

 

그 흔한 봄사월 진달래 한 뿌리 못 박고

미치광이풀로 솟아나온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