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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백일홍 & 백일홍
    초목류 wild flower/부처꽃과 Lythraceae 2010. 8. 9. 10:06

     

     

     

     백일홍에는 목백일홍(=배롱나무, 자미화)와 백일홍초가 있다.

    목백일홍이 배롱나무다.

    배롱나무는 100일 동안 꽃이 핀다 해서 백일홍인데 배기롱>배롱이 되었다.

    자주색 꽃이 좋아 자미화(紫薇花)도 있는데 배롱나무꽃만 가르키지는 않는다.

    온 집안이 붉게 물드니 만당홍(滿堂紅)이라고도 했다.

    줄기를 살살 긁으면 잎이 파르르 떤다고 간지름나무 같은 재미난 이름도 있다.

    동춘당에 초등생을 몰고온 여선생이 설명하고 실험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 알았다.

    수피가 미끄러워 원숭이 미끄러지는 나무라는 얘기는 문화일보 오창규 기자의 글에서 보았다.

    지금은 명옥헌의 배롱나무가 유명하여 시인 묵객이 읊는다.

    그 배롱나무가 여름 소나기에 온몸을 적셨다.

    비에 젖은 여인의 몸이지만 흐트러지지 않아서 좋다.

    예전에 성삼문(成三問)이 노래한 백일홍은 품격 있는 기녀다.

     

    昨夕一花衰(작석일화쇠) 어제 저녁 꽃 한 송이 지고,

    今朝一花開(금조일화개) 오늘 아침 꽃 한 송이 피어,

    相看一百日(상간일백일) 서로 일백일을 바라보니,

    對爾好銜杯(대이호함배) 내 너를 대하며 좋이 한 잔 하리라.

     

    송강 정철이 읊은 영자미화(詠紫薇花) 절구도 역시 양가의 규수는 아닌 듯하다.

     

    一園春色紫薇花 일원춘색자미화 봄빛 가득한 동산에 자미화 곱게 피어

    纔看佳人勝玉釵 재간가인승옥채 예쁜 얼굴은 옥비녀보다 곱구나

    莫向長安樓上望 막향장안누상망 망루에 올라 장안을 바라보지 마라

    滿街爭是戀芳華 만가쟁시연방화 거리의 사람들 모두 다 네 모습 사랑하여 다투리

     

    백일홍 초본은 초본대로 어여쁘기 그지없다.

    벌과 나비가 참 많이 날아든다.

     배롱나무 http://ktk84378837.tistory.com/4043 http://ktk84378837.tistory.com/2026 http://ktk84378837.tistory.com/1228 

     

     

     배롱나무  /   도종환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 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루하고 먼길을 갈 때면 으레 거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 들면

    건너편에서 말없이 진분홍 꽃숭어리를 떨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던 일을 포기하고 싶어

    혼자 외딴섬을 찾아가던 날은

    보아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서 피우는 게 아니라는 말하듯

     

    늘 다니던 길에 오래 전부터 피어 있어도

    보이지 않다가 늦게사 배롱나무를 알게 된 뒤부터

    배롱나무에게서 다시 배웁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늘 거기 함께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수록시집 부드러운 직선 ( 창작과 비평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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