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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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목이 이끼계곡3풍경 landscape 2013. 6. 26. 11:32
이끼 / 임혜신 상냥한 그대, 그대가 비록 맑고 쾌활한 호수 같이 눈부시고 청정하나, 그러나, 그러하나, 왠지, 그대 또한 어느 모호한 안개의 거리 은밀한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으로 혹시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 그렇다면 지금 다가와 봐 낮은 곳에 서식하는 내게 눈물의 발아래 기생하는 푸른 식물에게 선택되었던 자와 버림받았던 자 행복했던 자와 불행했던 자, 그렇게 믿었던 자와 의심했던 자들의 살과 뼈에 자라나는 촉촉한 깃털들에게 어둠 속에서 더 잘 번식하는 용서의 입술에게 한 마리 승냥이가 깔고 안기 좋을 만큼 밟고 걸어다니기 더 좋을 만큼 고요한 양탄자 속죄하는 짐승의 어깨 길게 갈라진 슬픔의 상처를 끌어안고 타오르는 오, 나지막한 불의 가슴에게 내가 알려주지 그대가 근심한 시간과 공간의 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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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목이 이끼계곡2풍경 landscape 2013. 6. 26. 11:31
이끼 예찬禮讚 / 정겸 조간신문 사회면을 뒤척인다 100여 통의 이력서를 수정受精시켜 놓고도 불임不姙 시킨 30대 사내 죄책감에 시달리다 18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하늘을 향하여 몸을 날렸다는 기사記事 그 아래 화단에서는 붉은색 맨드라미꽃이 지천으로 피었다는 어처구니없는 기사記事 이름조차 이니셜로 처리된 안개 같은 기사記事 문득,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가 궁금해진다 아직까지는 단단한 철재 난간 발밑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찔하다 검은 아스팔트 위에 하얀 주차선이 십자가처럼 연이어 그어져 있고 사람들은 그 사이를 하등동물이 되어 꼬물꼬물 기어간다 발코니 문을 열어 본다 한동안 눈이 닿지 못한 틈새에 조그만 모래습지가 생겨나고 푸른 이끼들이 군락을 이루며 악착같이 자라고 있다 시집 『공무원』(한국문연,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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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목이 이끼계곡1풍경 landscape 2013. 6. 26. 09:47
영화 가 있었다. 정재영 감독의 꽤나 인기가 있었던 수사드라마였다. 이끼는 영화의 그 음산한 내용과 어떤 아이덴티티가 있을까, 이끼는 왜 본의 아니게 원시적 신비로움 보다는 감추어진 비밀스러움으로 굳어졌을까. 윤태호의 웹툰 를 영화화한 의 그 음습함의 일면을 보니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2326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왔던 해국(박해일 분)은 20년간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 분)의 부고 소식에 아버지가 거처해 온 시골 마을을 찾는다. 그런데 오늘 처음 해국을 본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해국을 이유 없이 경계하고 불편한 눈빛을 던지는데...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 마치 해국이 떠나는 것을 축하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