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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둔산의 봄꽃
    초목류 wild flower/종합세트 synthesis 2018. 4. 20. 16:16

    잔디밭 절반은 봄맞이꽃 잔디밭 절반은 서양민들레

     

    각시는 어딜 갔나 개울가의 흔하디 흔했던 붓꽃은 각시붓꽃

     

    둘레 둘레 씨방만 보이는데 어쩌다 하나 손 번쩍 드는 늦깎이 얼레지

     

    족두리 풀어헤치고 머리를 감으려나 기웃거리는 족두리풀

     

    고목등걸 저 넘어 양지쪽에 양지꽃

     

    황새냉이처럼 키가 커버린 정자 그늘 아래 좁쌀냉이

     

    병꽃나무 잔잔하여 화려한 삼색병꽃보다 소박하기 그지 없네

     

    제비꽃은 민들레가 살리고 민들레는 제비꽃이 죽이네

     

    흰제비꽃 울타리 밑에 나고보니 봉선화인 줄 흉내내고

     

    분홍빛 산벚 배경을 한 누른 순 단풍나무가 만들어내는 숲의 신비

     

    사춘기 중학교 아이처럼 훌쩍 커버린 꽃다지들의 키재기.

     

    거짓처럼 청량한 맑고푸른 계곡수와 분홍빛 벚꽃무늬 번뜩이는 애기괭이눈.

     

    목욕하는 선녀를 위해 진달래 커튼이 내려져 있으나 그건 눈가리고 아웅이다. 선녀폭포!

     

    한신(韓信)처럼 절벽을 등지고 배수의 진을 치고  길고 긴 꼬리를 자랑스럽게 흔들어대는 공작고사리, 학명은 Adiantum pedatum

     

    다정가(多情歌)를 불러일으킨 배꽃(梨花)은 벌건 대낮에도 화사하다.

     

    올챙이가 나오면 안식처를 제공할 올미가 고개를 기웃기웃

     

    본능대로 움직이고 본성대로 살아가는 칠성무당벌레

     

    울멍줄멍 형제의 시샘이 벌어지는 꽃사과 현장

     

    거미는 어딜 갔을까 잔망스런 봄바람에 일렁이는 빈집

     

     

    칠성무당벌레 - 이정록

     

     

    나는 점이 많다.

      별명이 점박이다.

      나는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나에겐 까만 마침표가 많다.

      복잡한 게 아니라 풍부하게 산다.

      문장을 다듬듯 알뜰살뜰 산다.

    밤하늘처럼 초롱초롱

     추억의 문장이 빛난다.

      당신이 주어일수록

      더 반짝거린다.

     

    - <시인동네> 2018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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