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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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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영(蟲癭) / 김성신
나는 한 마리 벌레
저 단단한 씨방 속이 궁금했다
그림자는 기꺼이 버려두며
빛의 모서리는 둥글게 둥글게
바라볼 때마다 나지막이 반짝일 것
견딜 수 있냐고 묻고는
사라진 웃음을 수막새로 만들며
모질다고 낯도 참 두껍다고 말할 것
내가 깊은 그곳을 헤집은 후
푸른 저녁은 말을 걸어오곤 했다
하룻밤은 당신과 입술이 맞닿는 일
사흘 밤은 당신의 어깨를 감싸는 일
이레째, 당신의 봉분을 쌓을 수도 있겠다
사소한 일들로 벌어진 당신과의 틈새로
낯선 계절이 웅크리고 있었다
앞에서 안아도 가슴은 늘 뒤
몸 안으로 흐르는 채워지지 않는 생각을
성정性情이라 불러도 좋겠다
갉을 수밖에 없는 운명
나를 저 멀리로 내려놓아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들은 죄다 길이 되고
안녕, 이라는 말 한 마디
무릎으로 구겨 넣을 때마다
가뭇한 소리들이 이명처럼 자박거린다
이젠, 낡은 몸을 버려야 할 때
우화를 꿈꾸는 당신의 몸을 받아들여야 할 때
생각이 마를수록 단단해지는 당신이라는 정념情念
ㅡ『시인정신』(202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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