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의 눈물

 

백곰(=북극곰), 불곰(=큰곰), 회색곰, 흑곰, 반달가슴곰, 히말라야곰, 말레이곰, 안경곰 등이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액침표본, 그 상처 입은 이름 / 고현정

 

 

스위스 바젤 자연사 박물관

새끼 북극곰 표본이 포르말린 둥근

유리병 속에 담겨 있다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안락사 당한 새끼 북극곰. 숨이 멎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130억 개의 신경세포와 650개의

근육으로 정교한 기계와 같이 움직이던 작은 몸

두 눈은 감겨 있고 시옷 자의 귀까지 오는 입은

살짝 벌어져 있다 반달 모양의 두 귀

쭈글쭈글한 몸. 몸에 난 약간의 젖어 있는 미색의 털

제법 날카롭게 자란 손톱을 가지런히 하고

두 손을 기도하듯 포개고 있다

아직도 가만가만 숨쉬고 있는 듯한 자라지 못한 작은 상처 덩어리

액침표본들 중 그저 하나인. 그러나 독특한 빛을 발하고 있다

습도 55%의 상온이 갑자기 견디기 힘든

온도로 다가온다 반영구적인 중량감이 오히려

자라지 못한 내 어린 상처를 깊숙이 들쑤신다

앙징맞은 두 발이 허공을 걷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무언의 신경세포와 근육이 보내는 메세지가 먼지로 날아간다

 

어슴 새벽, 자궁. 나는 생식의 항아리로 돌아가고 싶은

자라지 못한, 액침표본된 북극 곰 새끼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