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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농원. 나무좀벌레가 남긴 삶의 흔적이다.
삶의 전단지 / 백원기
찬바람 부는 겨울을 데워주던 사람
바라보면 내가 거기 있었네
지나온 나의 역사 긴 세월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삶의 전단지
차가웠던 시절 뜨거웠던 시절
초조하거나 미소 한 가닥 흘리던 때
그때는 그저 지나가는 여우비처럼
스쳐 가는 한 줄기라 생각했지만
지나놓고 보면 묵은 나무껍질처럼
딱딱하게 네 몸을 감싸고 있는 서러움
달라진 것도 없이 동편에서 해가 뜨고
서편으로 해가 지던 긴 궤적따라
숨차게 달려왔을 뿐이었다
숨겨 있는 구석구석 고요 속에 바라보면
내 마음의 사랑 빛 아직도 점멸하는데
모르는 듯 네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