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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린만큼 행복했던-
    기타 etcetera 2011. 12. 26. 14:18

    음성에서 카메라를 꺼내니 어서 타라고 역무원이 냅다 소리를 지른다

    칙칙폭폭은 아니라도 덜커덩덜커덩 하는 무궁화를 탄다는건

    느린만큼 행복하다는 거다 ㅋㅋ

     

    충북선 끝역 제천에서 태백선 환승하려는데

    에효 저런 멋쟁이 커플좀 보게나 어딜 가시나?

     


    영월역은 고전미가 물씬 풍기지만 단종의 애사 때문이지 가슴이 시리다

    숙부가 어린 조카를 청령포까지 귀양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사약을 내리고

    대체 권력이란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것인가.

     


    민둥하다는 건 산에 나무가 없어 반들반들하다는 말이다

    먹을 것이 없어 산에 불을 질러 나무를 없애고 나물을 캤다

    나물을 캐지 않는 지금은 억새만 억수로 많다.

     


    학교 다닐 적 역사책에서는 <사북=탄광>이었던 곳이다

    연탄이 사라지기 전까지 열차는 움직일 것이다.

     


    7시에 떠난 기차가 태백에 내린 것은 11시 11분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은 더욱 맑고 희며

    송아지 한 마리에 1만원 한다지만 한우는 1인분에 3만원씩이나 해서 엄두도 못내고

    대신 서민스런 태백닭갈비 1인분 6천원짜리 그러나 입맛 쪽쪽 다시며 먹고

    당골로 간다(아, 자연사에서도 왔던여게가 당골 입구네.)

     


    기차역에서   /    이신강

     

    창밖엔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기차역 층계를 사람들이

    몰려 내려가고

    몰려 올라가고 있었다.

    떠나는 사람들이 흔드는 손과

    보내는 사람들이 흔드는 손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가벼운 가방을 든 사람들과

    무거운 가방에 매달려 가는 사람들

    역마다 사람은 넘치고

    지네같은 기차가 마술처럼

    사람을 토해내고

    사람을 들이 마시며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었다.

    승차역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역에 내리기도 하고

    함께 탄 사람들이

    다른 역에 내리기도 하고

    종착역을 가려다가

    도중에 내리기도 하면서...

    멀리 갈수록 자리는 비어갔다.

    역마다 내린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버스나 택시를 갈아타고 혹은 걸어서

    얼마나 더 가 보았을까.

    새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동산으로 갔을까.

    모래바람 숨막히는 사막으로 갔을까.

    마지막 한 사람도 쓸쓸하게 종착역의 홈을 빠져나갔다.

    그 사람이 빠져나간 종착역, 거기서부터

    출발하려는 사람들이 또 올라오고 있었다.

    가벼운 가방을 들었거나

    무거운 가방을 끌면서

    결국은 내리고야 말 승차를 시작하고 있었다.

    내리는 사람과

    오르는 사람의 어깨와 어깨가 비껴가고 있었다.

    창밖엔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낯익은 얼굴로 기웃기웃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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