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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나무
    기타 etcetera 2012. 2. 1. 21:05

    보문산성.

     

     

    나목(裸木) /  신경림 (1936-2024)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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