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목대신(槐木大神)-기타 etcetera 2012. 2. 20. 13:00
불의를 보았나 주먹을 단단히 움켜쥐고
낭떠러지에 오도커니 양반은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갈수록 의지해야 감히 연리지라 할 수 있거늘
뻥 뚫린 내 속좀 봐
차라리 짐승으로 사는게 어떨지...
상처라고 다 흉하지 않아
괴목대신(槐木大神)이 되어 구제하리라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56931 갑사.
괴목 / 신동옥
달빛 속에 기다란 매듭처럼 엉킨 길 끄트머리
기름 때 묵은 침목 아래 아이를 묻는다는
어느 먼 도시의 이름이 새겨진
열차 한 량
굽고 파인 모퉁이 하나 없는 길을 달렸겠다
먼지 한 점 내려앉는 법 없이
입술을 일자로 앙다문 역무원이 전하는 다음 행선지는
응……
응……
고개 숙이지 않고 젖지 않고
강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법은
지금 여기를 버려두고 떠나는 것
버찌 향 가득 밴 기나긴 터널을 덜컹거리며
자줏빛 꽃 이파리 하늘거리는 달빛 아래
누군가 돌아올 것만 같은 밤
이상한 꽃이 피어나는 밤이다
버찌는 작은 심장을 닮았다
ㅡ 『시산맥』 (2020,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