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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보니 말채나무
    풍경 landscape 2007. 12. 1. 09:46

     

    저기 저렇게

    외로이 서 있는

    팽나무는

    이 마을 터줏대감이다.

    전쟁놀이 하던 시절,

    딱총을 만들면

    총알이 있어야 했다.

    전쟁 중인 병사에게

    팽나무는

    그늘만 주는 것이 아니라

    총알까지 공급하고 있었다.

    총알 하나하나에는

    씨앗이 하나씩 들어있는데

    그때에는 열매 하나하나가

    추억인 줄 아는 녀석들은 없었다.

    적군을 사살하기 위해

    마구 쏘아댈 뿐이었다.

    팽나무는아직도 우뚝하지만

    아이들은 보이질 않고

    웃음소리만이 깔깔거린다.

    안개처럼

    맴돌고 있는 것은

    희미해진 전설이다.



     

    팽나무집

    그 아래 문 닫힌

    이발소가 있다.

    성묘 전 산소만큼이나

    풀이 자랄쯤이면

    공포와 스트레스로 치를 떨었다.

    그곳엔 머리를 쥐어뜯는

    무시무시한 바리깡이

    버짐 핀 대가리를 쳐박은 많은 아이들을

    누런 콧물을 훌쩍이면서

    기다리고 있다.

    모두들 창피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따끔거려서

    아랫입술만 깨물고

    지그시 눈물마저 참았다.

    팽나뭇집 아래

    그이발소는지금도

    닫혀 있다.



     의평리.

    나중에 알고 보니 팽나무가 아니라 말채나무였다. http://ktk84378837.tistory.com/7391

     

     

    팽나무의 전설  김정호

     

     

    고향집 돌담 위

    팽나무 여린 가지 하나

    안마당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옛 주인을 찾는 것일까

    아버지 떠난 후 누군가의 손에

    허리까지 잘려 나간 팽나무

    하늘을 쳐다볼 수 없어

    밑으로만 뿌리를 내리는

    바위가 되는가 싶었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

    옹이 진 아버지 가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저 팽나무

    옹이 진 가슴 수없이 감고 돌아

    온몸으로 아픈 세월 삭이더니

    지난봄부터 허리 아래

    더듬거렸던 시간 비워 내고

    새로 돋은 저 푸른 기운 하나

    저것은 아버지의 들 푸른 혼일까

    아니, 잊혀져 간 우리 집 팽나무 전설이

    다시 시작된 것인가

     

    수록시집 상처 아닌 꽃은 없다 ( 시학 ) 발표년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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