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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꼍 장독대를 물들인 백일홍(百日紅) Zinnia elegans
    초목류 wild flower/국화과 chrysanthemum 2009. 8. 3. 12:42

    백일홍[百日紅] Zinnia elegans. Zinnia violacea. 초백일홍(草百日紅). 초롱꽃목 국화과 백일홍속의 일년초. 멕시코 원산. 높이 30-90cm. 잎은 마주나며 양면에 거친 털이 난다. 꽃은 6-10월에 피고 가장자리에 혀모양꽃이, 가운데에 관모양꽃이 달린다. 열매는 수과이며 9-11월에 익는다. 나무백일홍[木百日紅]은 배롱나무라 한다. 백일초라 하며 유방염, 이뇨, 이질, 청열에 도움을 준다.

    백일홍 http://ktk84378837.tistory.com/2038 http://ktk84378837.tistory.com/2651

     

     

    팔만대장족경 / 유홍준

     

     

    고향집 장독대에

    이제는 다 채울 일 사라져버린 서 말가웃 장독 하나가 있다

     

    흘러내린 바지춤을 스윽 끌어올리듯 무심코 난초 잎을

    그려넣은

    장독 앞에서 팔만개의 족적을 본다

    반죽을 다지고 또 다졌을 팔만개의 발자국소리를 듣는다

     

    누가 한 덩어리 흙 위에

    저만한 발자국을 남겨

    제 발자국을 똘똘 뭉쳐 독을 짓는단 말인가

     

    천도가 넘는 가마 속에서

    발갛게 달아올랐을

    발자국이여

    뒤꿈치여

     

    단 한번이라도

    저 독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면 나는

    대시인이 됐을지도 몰라

     

    간장이 익어 나오는 걸 봐

    不正이라고 못 익히겠어 천벌이라고 못 익히겠어

     

    콧물 훔치듯 난초 잎을 올려 친

    팔만대장, 족경이여

     

    - 소리 없이 눈 내린 새벽, 문 열고 장독대를 바라보지요. 장독 위에 소담스럽게 쌓인 눈을 보고 그날의 적설량을 가늠해보았었죠. 여름엔 장독대에 뒤집어 놓은 소래기가 측우기가 되기도 했었고요. 장독 항아리에 윤기 도는 것을 보고 그 집 아낙의 청결 정도를 가늠하기도 했었지요.

    또 장독대의 항아리 수가 부의 척도가 되기도 했었고요. 장독대 항아리 위 대소쿠리에는 찬 보리밥이 있었고 장독 주변에는 도라지꽃, 봉선화, 채송화가 피어 있었지요. 한여름에 소나기 쏟아지면 장독뚜껑 닫으러 가던 다급한 발자국 소리는 지금도 들릴 듯 하네요. 이른 아침에 장독뚜껑 여는 소리와 허리 굽혀 장독 들여다보는 어머니의 모습도 잊을 수 없지요.

    장독을 보고 팔만개의 족적과 팔만개의 발자국소리를 듣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네요. 무엇보다도 이 시의 압권은 옹기에 '흘러내린 바지춤을 스윽 끌어올리듯', '콧물 훔치듯' 난초가 그려져 있다고 묘사한 대목이네요. 질박한 장독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지요. 함민복

     

    https://v.daum.net/v/2011032920451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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