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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루나무 Eastern Cottonwood
    초목류 wild flower/버드나무과 Salicaceae 2009. 11. 2. 14:55

     

     

    미루나무는 미류(美柳)나무에서 왔다.

    소위 양버들이다.

    신작로와 개울가에는 으례 미류나무가 서 있었다.

    신작로에 서 있는 미루나무는 하도 훤칠해서 영화를 보는 것 보다 더 멋져 보였다.

    개울가에 서 있는 미루나무는 외롭고 쓸쓸한 분위기만 느껴졌다.

    어느쪽 미루나무든 키가 너무도 커서쳐다보다 고개가 아팠다.

    미루나무 살랑이는 잎을 쳐다 보노라면 하늘끝은 늘 파래서 코끝이 찡했고,

    햇볕은 눈 부셔서 눈물이 났다.

    하늘 끝에서 살랑거리는 이파리는 왜 그리 아스라하던지...

    그때마다 어디서 오는지 무언지도 모르는 그리움이 끈적거렸다.

    그리움의 끝에 그녀가 매달려 있었다.

    45년만에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나는 그녀에 대해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녀의 아련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녀는 서울에서 5학년 때인가 전학을 왔다.

    짧은 단발머리가 상큼한데 검은 우와빠리 위에 하얀 칼라가 넓었다.

    일본 식민지를 벗어난게 언젠데 우와빠리[うわ-っ-ぱり(上っ張り)] 는 그 후에도 교복이었다.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어 아랫배에 올린 모습이 음전했다.

    너무너무 사랑스럽지만 홀로 끙끙거렸는지 감정 표현의 기억은 없다.

    단지 누구누구는 누구누구하고 연애한대요 연애한대요~

    놀림을 받아 챙피해 학교 못 간다고 버퉁겼나 보다.

    별명이 호랭이인 할아버지께서두 팔 걷어부치고 학교를 찾아가셨다.

    지금도 생각나는 최동근교장에게 쫒아가 교장이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호통을 쳤다.

    애가 저래서 학교를 안 간다는데 알고나 있느냐고 ...

    졸업하면서 다시 서울(?)로 이사를 갔다는 소문과 함께 소식이 끊어졌다.

    한 장짜리 빛바랜 졸업사진 속엔 그녀만이 다소곳하니 어여쁘다.

    15,6년 전 동창회 조직차 주소를 파악하는 작업을 하면서도 그녀와는 닿지 않았다.

    어디서 흘러나오는 소문인지 일본에 산다고만 하였다.

    그런 그녀가 한국에 왔다가 만나고 싶다는 소식이 에둘러 들어왔다.

    그러니 만나야 하나? 아, 그런데 만날 수가 없다.

    먼저는 갑작스레 일방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그러나 두려워서 꼼짝하지 않는다.

    반세기 동안 지니고있던 그녀의 아름다움과 신비가 깨어질까 두렵다.

    에둘러 전화로만 안부를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소나기>의 신비가 흐르는 것만 같다.

    언젠가 조용히 한적하게는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피천득의 <인연>에는

    "그리워 하면서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는 말이 있다.

    거기 아사코 같은 여인이 그녀란 생각을 해본다.

    내 영혼의 맑은 미루나무는 바람이 일 때마다 반짝거린다.

     

    미루나무 http://ktk84378837.tistory.com/1784


     

    멀리까지 보이는 날  /  나태주

     

     

    숨을 들이쉰다

    초록의 들판 끝 미루나무

    한 그루가 끌려들어온다

    숨을 더욱 깊이 들이쉰다

    미루나무 잎새에 반짝이는

    햇빛이 들어오고 사르락 사르락

    작은 바다 물결 소리까지

    끌려들어온다

    숨을 내어 쉰다

    뻐꾸기 울음소리

    꾀꼬리 울음소리가

    쓸려 나아간다

    숨을 더욱 멀리 내어쉰다

    마을 하나 비 맞아 우거진

    봉숭아꽃나무 수풀까지

    쓸려 나아가고 조그만 산 하나

    다가와 우뚝 선다

    산 위에 두둥실 떠 있는

    흰구름, 저 녀석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몸 안에서

    뛰어 놀던 바로 그 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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