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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하기 나름인 반야사 호랑이-
    문화 culture/불교문화 Buddhist culture 2010. 2. 5. 19:08

     

     

    반야사 지킴이는 호랑이일까. 호랑이 그림을 치우고 삽살이를 넣는다면? 호랑이나 삽살이나 지킴이로는 이등 가라면 서운하달 녀석들 아닌가. 호랑이가 고양이과일진대 꼬리 치켜든 고양이로 봐도 무방할 일이다. 고양이는 얼마나 영특하고 오묘한 동물인가. 산자락을 흘러내린 너덜의 형상이니 호랑이나 고양이면 어떻고 삽살이면 어떤가. 그건 우리 같은 무지렁이도 알고 부처님도 안다. 사람 빼고 절을 지키는 건 삽살이 한 마리와 사자 두 마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로 얘기하고 다들 무릎을 치며 그렇게 생각한다. 도량에서 도 닦을 생각은 게을리 하고 속된 생각만이 앞서는 듯하다. 한반도를 놓고도 호랑이네 토끼네 한다. 호랑이도 아니고 토끼도 아닌 것은 일본도 알고 우리도 안다. 만물이 그러하듯 호랑이나 토끼도 제 의지로 태어난 것이 아닐 터. 강하다고 좋아하고 약하다고 싫어하니 사람이 이기적인 만큼 어리석은 생각이다.

     

    반야사를 지키는 삽살개 한 마리. 영동 반야사.

     

    지장전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망경대다. 100m 정도 되는 문수바위 낭떠러지 꼭대기에 문수전이 있다. 암자 둘레는 한두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마루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수행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석천이 푸른 숲에 둘러싸여 굽이돌아 흐른다. 최고의 전망이다. 까마득한 아래쪽에는 흐르던 물이 잠시 머무르며 고여 있다. 영천이다.

    조선 세조가 목욕하고, 피부병을 고쳤다는 곳이다. 망경대 아래 영천에서 목욕하라는 문수보살의 말대로 했더니, 씻은 듯이 나았다. 세조는 문수보살의 지혜를 나타내는 반야(般若)를 어필로 남겼다. 절 이름은 이 이야기에서 비롯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어필은 남아 있지 않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4710&CMPT_CD=P0001&utm_campaign=daum_news&utm_source=daum&utm_medium=daumnews 

     

     

    宿般若寺(반야사에 묵으며)  /  박흥생(朴興生, 1374~1446)

     

    寄宿僧房久 절에 와서 묵은지 오랜데

    心無顧草廬 집 생각이 전연 안나는구나

    山光侵座碧 산 빛은 자리에 비춰 푸르고

    竹影入簾疏 대나무 그림자는 발에 들어와 성글다

    淸磵響幽谷 맑은 시냇물은 깊은 골짜기에 소리 내며 흐르고

    白雲行太虛 흰 구름은 파란 하늘 위를 떠간다

    居僧齋已罷 스님은 하던 공부를 이미 끝냈는데

    床沮讀殘書 책상위에는 읽던 책이 그대로 남아있구나

     

     

    留宿般若寺(반야사에 와서 묵으며)   /  박흥생(朴興生, 1374~1446)

     

    竹房高處絶人聲 대 숲속 높은 절간 사람소리 적구나

    半夜溪鳴入夢淸 밤중에 시냇물소리는 꿈속에 맑고

    燭轉香殘僧面壁 촛불은 가물가물 향은 꺼져가는데 스님은 벽을 향해 앉았구나

    滿簾風細月華明 밭에는 산들바람 불어오 달은 밝게 비친다

     

     

    반야사 가는 길 / 白水 정완영

     

    숨어 핀 들국화가 별빛처럼 뜨는 골짝,

     반야사 가는 길은 싸리 꽃도 따라 오고,

     부처가 이 골에 산다고 물소리가 아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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