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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삼평 람월곡 인상여강 속하고진문화 culture/해외 foreign travel 2024. 9. 24. 22:25
운삼평(雲杉坪)에서 보는 장대한 옥룡설산. 비가 덜 개여 구름에 가린 옥룡설산을 볼 수 있는 운삼평. 글자 그대로 삼나무 사이로 구름만이 아닌 양들까지 노니는 평평한 풀밭이다. 해발 3,240m에 위치하며 우기가 아니라면 옥룡설산의 눈덮인 광경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평전이다. 옥룡설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4,500m까지 운행되는 케이블카(cable car, 삭도(索道)를 타야 하는데 우리 일행은 그런 계획이 애초부터 없었다. 운삼평만 해도 고지대라고 일행의 일부가 고산병 얘기를 하므로 불안감이 만연해져 괜스레 산소통을 하나씩 구입하였다. 실제 아무렇지도 않았음에도 가짜뉴스와 감성적 선동에 넘어가는 군중심리를 경험하면서 씁쓸하였다.
미국인 탐험가인 조세프 록(Joseph Francis Charles Rock, 1884-1962)이 운삼평원 건너 삼나무 숲속에서 7쌍 남녀가 동반자살했다다는 이야길 듣고 찾아 나선다. 설산 아래, 그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동파교의 교리에 따라 제3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운삼평(雲杉坪) 조금 지나, 성스럽게 여기는 가문비나무에 목매달아 죽어 있었다. 나시족의 비극적 사랑이야기가 인상여강(印象麗江)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해발 3,050미터 노천극장에서 되새김해볼 요량이다.
람월곡(藍月谷)은 설산에서 녹은 물이 흘러내려 푸른 쪽빛이어야 했다. 이 지역은 7~9월까지가 우기여서 흑탕물이다. 아쉬운대로 옥룡설산을 안냏하는 동파문 비석을 만난다. 동파문자(东巴文, 東巴文)는 중국 운남성의 나시족(納西族)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데, 한자를 빼면 현재도 쓰이고 있는 천년 역사를 지닌 단 하나의 상형문자이다. 추상화된 한자에 견주어 문자 모양이 나타내고자 하는 사물의 본 모습에 가깝게 그려내고 있다.
블랙야크 Black yak 에 익숙하여 화이트야크 white yak 는 생각도 못하였다. 화이트 야크는 여강시의 나시족이 신성시하는 토템이다. 야크는 소과에 속한 포유동물로 주로 티베트 고원에 서식하고 있다. 야생 야크는 전 세계적으로 숫자가 감소되어 멸종위기 관심대상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고원과 산지에서 짐을 나르거나 사람을 태우고 다닌다. 야생과 가축 야크의 모피는 가죽의 원료로 쓰이며 인도에서는 꼬리가 파리채로 쓰인다. 옆구리의 긴 술장식에 있는 털은 끈이나 로프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야크의 마른 똥은 나무가 자라지 않는 티베트 고원지역에서의 유일한 연료이다. 환영인사로 걸어주는 카딱(哈達)을 머리에 묶기도 한다. 돈벌이에 지친 야크의 눈동자는 슬픔 눈을 하고 히멀건하게 아래로 쳐저 땅을 보다가 손님이 오면 힐끗 쳐다보다가 이내 축축해진 고개를 숙인다. 희망 없는 삶인 줄 아는 거다. 가축 야크는 우유와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하며, 어느 한식당에서 야크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질기고 텁텁해서 나무껍질을 씹는 듯했다.
인상리장 印象丽江 Lijiang Impressions Show.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개막식을 연출한 장예모 감독의 500여 명이 칼군무처럼 움직이는 대규모 공연이다. 여강시에 사는 10여개 부족의 5백여 명이 참여하며 나시족이 중심이다. 처음 마방편은 차마고도를 이용하여 교역하는 장면을 군무로 나타내고, 둘째 고된 하루를 마치고 술판을 벌이고 피로를 푸는 이야기. 셋째 천상인간편, 다른 씨족과 결혼할 수 없는 전통 때문에 지상에서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죽어 하늘에서라도 이루려 죽음의 계곡으로 떠나는 애절한 이별 이야기. 넷째 조합편은 서로 손잡고 노래하며 춤추고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 다섯째 제사편, 나시족이 북춤을 추며 하늘에 제사지내는 장면. 마지막 기원편은 아름다운 옥룡설산 아래 나씨족들이 관광객과 복을 기원한다는 스토리다. 장예모우는 1989년 '붉은 수수밭 Red Sorghum' 에서 받은 강렬한 첫인상이 지금도 선하다. 비온 뒤 운무로 인해 무대의 배경이 되는 옥룡설산은 역시 볼 수 없었다.
속하고진(束河古鎭)으로 왔다. 13세기에 조성된 려강고성보다도 5백년정도 더 일찍 조성되었고 1997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지정되었다. 여강시(丽江市 리지앙시) 시내에서 북쪽으로 7㎞ 지점에 있는 여강고성의 일부이다. 차마고도 중 려강구간에서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역참(驛站)이다. 채운지남(彩雲之南) 단봉함서(丹鳳含書)란 말이 있어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여기저기 뒤적거렸다. 운남 땅은 봉황이 책을 물고 있는 형국이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나라에선 필암서원의 풍수형국은 단봉함서형(丹鳳含書形)으로, 함서를 물고 있는 단봉의 주둥이인 혈(穴)에 사당 우동사가 택지되었다고 해석되었다. 또한 도선국사풍수문답에 犀牛望月 靑衫出自天衢, 丹鳳含書 紫誥頒於帝闕(서우망월 청삼출자천구, 단봉함서 자고반어제궐) 즉 물소가 달을 바라보는 형국은 靑衫(청삼)을 입고 천구로 나가게 되며, 丹鳳(단봉)이 문서를 입에 물고 있는 형국은 대궐에서 頒胞(반포)한다. - 雪心賻(설심부) 하였으나 이 또한 아, 여기가 명당자리로구나 뭐 이렇게 알아 듣는 거였다.
집집마다 거리마다 온통 쌍어문(雙魚)이다. 신어문(神魚紋)이라고도 하는데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연관을 가진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각각 두 마리의 물고기 형상에 빗댄 일종의 토테미즘에서 기원한 문양이다. 바빌로니아, 지중해, 페르시아, 오병이어, 스키타이, 흰두교, 불교, 윈난, 쓰촨을 거쳐 우리 가락국에도 전해지고 일본까지 퍼져나갔다. 중국에서는 쌍어가 여행자들의 숙소나 식당, 돈을 지키는 존재로 대접받았고 한국에서는 왕릉의 대문과 부처님을 모시는 수미단에 장식되었고, 일본에서는 여왕의 옷을 장식하는 무늬로, 후세에는 재물신을 모시는 이나리 신사(神社)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쌍어는 한국 민속에도 오래 남아서 가게나 식당의 입구 안쪽에 매달린 북어 두 마리로 쌍어 신앙과 쌍어 문양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가야 김수로왕릉의 쌍어는 가운데 탑을, 김해시 은하사에 있는 쌍어는 가운데 꽃을 보호하고 있다.
Bohemian vintage jewelry
Tibetan Buddhist Prayer, Tibetan Prayer Wh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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