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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암서원을 고마워하다
    풍경 landscape 2024. 7. 21. 23:13

    돈암서원 경회당과 숭례사에 배롱나무꽃이 피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피고 지고를 거듭하다보니 목백일홍(木紅)인데 배롱나무로 변천되었다. 초본인 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해 목백일홍이라 한다. 제주도 말로는 '저금 타는 낭'이라 하는데 '저금'은 간지럼이고 '낭'은 나무다. 간지럼을 탄다니 말이 되는가. 가지를 만졌을 때 이파리와 꽃뭉치가 흔들거렸을 것이다. 중국에서 쓰는 파양수(怕癢樹)를 번역한 말일 것이다. 怕癢은  간지럼을 탄다는 뜻이다. 자미화(紫薇花)라고도 하는데 자줏빛 꽃이 피는 나무라는 뜻이겠지만 자주색은 정말 드물다. 그 자미화에 얽힌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  황제의 옷은 자주색이다. 곧 자주색은 황제를 상징하였다. 보라색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서 황궁(皇宮)은 자미성(紫微星) 즉 북극성(北極星)이다. 당나라 중서성(中書星)을 자미성이라 하였으며, 그곳에 백낙천(白樂天)이 자미화 두 그루를 심었다. 로마의 황제도 자주색 옷을 입었다. 황제의 옷 한 벌을 만들려면 지중해에 사는 뮤렉스 달팽이(Murex Operculum Seashell)수백만 마리  필요하다고 한다.  이 달팽이를 잡아다 끓이면 자줏빛 염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오늘날 환산을 해보니 손수건 한 장 염색하는데 14,000달러가 들었다. 이 정도 귀하니 황제를 상징하는 색이랄 수밖에 없겠다. 한편 수피가 매끈하다보니 일본에서는 원숭이  미끄럼나무라 한다던가. 조선 땅에는 원숭이가 살지 않으니 미끄럼나무란 말은 쓸 필요가 없겠다. 아래에 백낙천의 시 견자미화억미지(見紫薇花憶微之)를 소개한다. 

    돈암서원의 가시 없는 음나무 노거수, 음나무는 보통 엄나무라 부르고, 한자로는 해동목(海桐木), 자추목(刺秋木)이라고 한다.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성 큰키나무로 줄기에 무시무시한 가시가 많은 것이 흔하다. 어마무시한 가시로만 따지자면 조각자나무 따라올 나무가 없다. 관절염, 종기, 암, 피부병 등 염증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신경통에도 잘 들으며, 만성간염 같은 간장질환에도 효과가 좋다 하니 올여름 복더위에 보신용으로 엄나무(닭, 오리)백숙 구경할 수 있을까?

     

     

    견자미화억미지(見紫薇花憶微之) /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

     

     

    一叢暗澹將何比(일총암담장하비) 한 무더기 어둑한 꽃 무엇에다 비할까

    淺碧龍裙襯紫巾(천벽용군친자건) 옥색치마 두르고 자줏빛 수건 쓴 것 같네

    除却微之見應愛(제각미지견응애) 미지가 보았다면 사랑스럽다 햇을 텐데

    人間少有別花人(인간소유별화인) 꽃을 알아보는 이 세상에 많지 않네

     

    *暗澹; 선명하지 않은 것. 싼뜻하게 아름답지 않은 것. 당대(唐代)의 원진(元稹, 779-831)은 송손승(送孫勝)이란 시에서 桐花暗澹柳惺憁(동화암담유성총, 오동꽃은 어둑하고 버들은 산뜻한데) 池帶輕波柳帶風(지대경파유대풍, 연못에는 물결 일고 버들은 바람에 흔들리네). 今日與君臨水別(금일여군임수별, 오늘 그대와 물가에 임하여 이별하려니), 可憐春盡宋亭中(가련춘진송정중, 송정 안에 봄빛 다한 것이 안타깝구나)라고 하였다.

    *微之; 원진의 호. 백거이(白居易)와 나란히 '원백(元白)'으로 불린다. 원진(元稹)과 백거이(白居易)는 몰락한 하급관리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고학으로 학문에 힘써 과거(科擧)를 통해 함께 벼슬길에 올랐다.

    *龍裙; 비단으로 만든 치마

    *別花人; 꽃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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