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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평 성산 식영정(息影亭)
    문화 culture/문학 literature 2023. 6. 21. 17:53

    담양군 가사문학면 가사문학로 859. 명승 57호. 식영정은 석천 임억령(林億齡)의 정자이다. 조선 명종15년 서하당(棲霞堂) 김성원(金成遠)이 스승이자 장인인 석천을 위해 지었다. 경내에는 서하당과 석천을 주향으로 모셨던 성산사(星山祀)는 최근 복원하였다. 석천은 이곳에서 성산별곡의 바탕이 된 식영정20영을 지었다.

    임억령 외에 제자인 김성원, 고경명, 정철 등이 차운하였으며, 이들을 식영정사선(四仙)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철은 이곳 승경을 무대로 성산별곡, 식영정잡영, 하당야좌, 차환벽당운, 소쇄원제초정, 서하당잡영을 지어 송강문학의 산실이 되었다. 정자는 정면2칸, 측면2칸의 단층팔작집(건물의 네 귀퉁이에 추녀를 달아 만든 집)으로 온돌방과 대청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 정철은 송순, 김인후, 기대승 등을 스승으로 삼았으며 고경명, 백광훈, 송익필 등과 교우하였다.

    식영정(息影亭) 현판,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

    정민하의 5대손 정해승(鄭海承, 1821~1892)의 한시 '제식영정(題息影亭)'

    정민하의 5대손 정해심(鄭海心, 1858~1907)의 한시 '식영정우후(息影亭雨後)'

    정민하의 6대손 정조원(鄭祚源, 1815~1886)의 한시 '기사하중즙감음(己巳夏重葺感吟)'

    식영정 이십영 고경명

    용계(龍溪) 민덕봉(閔德鳳, 1519∼1573)의 한시 '차(次)'

    정철의 5대손이며 송시열의 제자 가은노부(歌隱老夫) 소은(簫隱) 정민하(簫隱 鄭敏河  1671-1754)의 한시.

    식영정(息影亭) 대숲 사이 느긋하게 누웠는데 (高臥竹林間, 고와죽림간) 

    정자 근처가 서석산이다보니 (亭臨瑞石山, 정임서석산)  

    봉우리에 이는 무심한 구름에 (無心雲出峀, 무심운출수) 

    어이해 주인이 한가할 것인가 (何以主人閒, 하이주인문)

    멀리 광주호가 보인다. 정철이 김성원과 함께 노닐던 자미탄(紫薇灘), 노자암, 견로암, 방초주(芳草州), 조대(釣臺), 서석대(瑞石臺) 등 경치가 뛰어난 곳이 여러 곳 있었다고 하나 광주호에 묻혀버렸다.

    식영정 성산별곡 시비

    식영정에 기댄 노거송(老巨松)

    큰 소나무 아래 큰비단그물버섯이 떠억!

    식영정에서 내려다 본 부용정과 서하당

    부용당(芙蓉堂). 식영정 우측 아래 김성원이 거처하던 누각으로 편액은 호남의 명필 송곡 안규동의 글씨이며, 1972년 복원되었다. 탐방객이 올 때마다 대금제작자 김웅의 대금 연주가 울려퍼져 옛정취를 물씬 살려내고 가슴 속에 저며들었다.

    서하당(棲霞堂), 김성원(金成遠)의 호. 편액(棲霞堂 後學 朴東圭 謹書) 은 제주도출신 서울의 창봉 박동규의 글씨.

    장서각, 송강집(松江集) 목판 보존하기 위해 1973년 건립

    성산사(星山祀). 석천 임억령(林億齡), 서창 조흡, 송강 정철의 5대손이며 1721년부터 식영정을 지켜온 계당의 주인 소은 정민하, 그의 장남 계당 정근 등 일곱분의 제향을 모셨던 곳이다. 1560년 창건하였으나 소실되고 2005년 복원하였다. 서하당 김성원(棲霞堂 金成遠 1525-1597), 기암 정홍명(畸庵 鄭弘溟 1582-1650), 계곡 장유(谿谷 張維 1587-1638), 서창 조흡(曙窓 趙흡 1591-1661), 삼연 김창흡(三淵 金昌翕 1653∼1722), 소은 정민하(簫隱 鄭敏河 1671-1754)와 계당 정 근(溪堂 鄭 根 1691-1756) 등 7인을 병향(幷享)했다.

     

     

    星山別曲 / 송강 정철

     

     

    엇던 디날 손이 星山(성산)의 머믈며셔

    棲霞堂(서하당) 息影亭(식영정) 主人(주인)아 내 말 듯소

    人生(인생) 世間(세간)의 됴흔 일 하건마ᄂᆞᆫ

    엇디ᄒᆞᆫ 江山(강산)을 가디록 나이 너겨

    寂寞(적막) 山中(산중)의 들고 아니 나시ᄂᆞᆫ고

    松根(송근)을 다시 쓸고 竹床(죽상)의 자리 보아

    져근덧 올라안자 덧던고 다시 보니

    天邊(천변)의 ᄯᅵᆺᄂᆞᆫ 구름 瑞石(서석)을 집을 사마

    나ᄂᆞᆫ ᄃᆞᆺ 드ᄂᆞᆫ 양이 主人(주인)과 엇더ᄒᆞᆫ고

    滄溪(창계) 흰 물결이 亭子(정자) 알ᄑᆡ 둘러시니

    天孫雲錦(천손운금)을 뉘라셔 버혀 내여

    닛ᄂᆞᆫ ᄃᆞᆺ 펴디ᄂᆞᆫ ᄃᆞᆺ 헌ᄉᆞ토 헌ᄉᆞ할샤

    山中(산중)冊曆(책력) 업서 四時(사시)를 모ᄅᆞ더니

    ᄂᆞᆫ 아래 헤틴 ()이 쳘쳘이 절로 나니

    듯거니 보거니 일마다 仙間(선간)이라

     

    梅窓(매창) 아젹 벼ᄐᆡ 香氣(향기)예 잠을 ᄭᆡ니

    山翁(산옹)의 ᄒᆡ욜 일이 곳 업도 아니ᄒᆞ다

    울 밋 陽地(양지) 편의 외씨ᄅᆞᆯ ᄲᅵ허 두고

    ᄆᆡ거니 도도거니 빗김의 달화 내니

    靑文故事(청문고사)ᄅᆞᆯ 이제도 잇다 ᄒᆞᆯ다

    芒鞋[망혜]ᄅᆞᆯ ᄇᆡ야 신고 竹杖(죽장)을 흣더디니

    桃花(도화) 픤 시내 길히 芳草洲(방초주)의 니어셰라

    닷봇근 明鏡(명경) () 절로 그린 石屛風(석병풍)

    그림재ᄅᆞᆯ 버들 사마 西河(서하)로 ᄒᆞᆷᄭᅴ 가니

    桃源(도원)은 어드매오 武陵(무릉)이 여긔로다

     

    南風(남풍)이 건듯 부러 綠陰(녹음)을 헤텨 내니

    () 아ᄂᆞᆫ 괴ᄭᅩ리ᄂᆞᆫ 어드러셔 오돗던고

    羲皇(희황) 벼개 우ᄒᆡ 풋ᄌᆞᆷ을 얼픗 ᄭᆡ니

    空中(공중) 저즌 欄干(난간) 믈 우ᄒᆡ ᄯᅥ 잇고야

    麻衣(마의)ᄅᆞᆯ 니믜 ᄎᆞ고 葛巾(갈건)을 기우 쓰고

    구브락 비기락 보ᄂᆞᆫ 거시 고기로다

    ᄒᆞᄅᆞ밤 비 ᄭᅴ운의 紅白蓮(홍백련)이 섯거 픠니

    ᄇᆞ람ᄭᅴ 업시셔 萬山(만산)이 향긔로다

    廉溪(염계)ᄅᆞᆯ 마조보아 太極(태극)을 믓ᄌᆞᆸᄂᆞᆫ ᄃᆞᆺ

    太乙眞人(태을진인)玉字(옥자)ᄅᆞᆯ 헤혓ᄂᆞᆫ ᄃᆞᆺ

    노자암 건너보며 紫微灘(자미탄) 겨ᄐᆡ 두고

    長松(상송)遮日(차일)사마 石逕(석경)의 안자ᄒᆞ니

    人間(인간) 六月(유월)이 여긔ᄂᆞᆫ 三秋(삼추)로다

    淸江(청강) ᄯᅵᆺᄂᆞᆫ 올히 白沙(백사)의 올마 안자

    白鷗(백구)ᄅᆞᆯ 벗을 삼고 ᄌᆞᆷ ᄭᅵᆯ 줄 모ᄅᆞ나니

    無心(무심)閑暇(한가)ᄒᆞ미 主人(주인)과 엇더ᄒᆞ니

     

    梧桐(오동) 서리ᄃᆞᆯ이 四更(사경)의 도다 오니

    千巖萬壑(천암만학)이 나진ᄃᆞᆯ 그러ᄒᆞᆯ가

    湖洲(호주) 水晶宮(수정궁)을 뉘라셔 옴겨 온고

    銀河(은하)ᄅᆞᆯ ᄯᅴ여 건너 廣寒殿(광한전)의 올랏ᄂᆞᆫ ᄃᆞᆺ

    ᄶᅡᆨ 마ᄌᆞᆫ 늘근 솔란 釣臺(조대)예 셰여 두고

    그 아래 ᄇᆞᄅᆞᆯ ᄯᅴ워 갈 대로 더뎌 두니

    紅蓼花(홍료화) 白蘋洲(백빈주) 어ᄂᆞ ᄉᆞ이 디나관ᄃᆡ

    環碧堂(환벽당) ()의 소히 ᄇᆡᆺ머리예 다하셰라.

    淸江(청강) 綠草邊(녹초변)의 쇼 머기ᄂᆞᆫ 아ᄒᆡ들이

    夕陽(석양)의 어위 계워 短笛(단적)을 빗기 부니

    믈 아래 ᄌᆞᆷ긴 ()이 ᄌᆞᆷ ᄭᆡ야 니러날 ᄃᆞᆺ

    ᄂᆡᄭᅴ예 나온 ()이 제 기ᄉᆞᆯ 더뎌 두고

    半空(반공)의 소소 ᄯᅳᆯ ᄃᆞᆺ

    蘇仙(소선) 赤壁(적벽)秋七月(추칠월)이 됴타 호ᄃᆡ

    八月(팔월) 十五夜(십오야)ᄅᆞᆯ 모다 엇디 과ᄒᆞᄂᆞᆫ고

    纖雲(섬운)四捲(사권)ᄒᆞ고 믈결이 채 잔 적의

    하ᄂᆞᆯ의 도단 ᄃᆞᆯ이 솔 우ᄒᆡ 걸려거ᄃᆞᆫ

    잡다가 ᄲᅡ딘 줄이 謫仙(적선)이 헌ᄉᆞᄉᆞᆯ샤

     

    空山(공산)의 싸힌 닙흘 朔風(삭풍)이 거두 부러

    ᄯᅦ구름 거ᄂᆞ리고 ᄂᆞᆫ조차 모라오니

    天公(천공)이 호ᄉᆞ로와 ()으로 고ᄌᆞᆯ 지어

    萬樹千林(만수천림)을 ᄭᅮ며곰 낼셰이고

    압 여흘 ᄀᆞ리 어러 獨木橋(독목교) 빗겻ᄂᆞᆫᄃᆡ

    막대 멘 늘근 즁이 아ᄂᆞ 뎔로 간닷 말고

    山翁(산옹)의 이 富貴(부귀)ᄅᆞᆯ ᄂᆞᆷᄃᆞ려 헌ᄉᆞ 마오

    瓊瑤屈(경요굴) 隱世界(은세계)ᄅᆞᆯ ᄎᆞᄌᆞ리 이실셰라

     

    山中(산중)의 벗이 업서 漢紀(한기)ᄅᆞᆯ ᄲᅡ하 두고

    萬古(만고) 人物(인물)을 거ᄉᆞ리 헤여ᄒᆞ니

    聖賢(성현)도 만커니와 豪傑(호걸)도 하도 할샤

    하ᄂᆞᆯ 삼기실 제 곳 無心(무심)ᄒᆞᆯ가마ᄂᆞᆫ

    엇다ᄒᆞᆫ 時運(시운)이 일락배락 ᄒᆞ얏ᄂᆞᆫ고

    모ᄅᆞᆯ 일도 하거니와 애ᄃᆞᆯ옴도 그지업다

    箕山(기산)의 늘근 고불 귀ᄂᆞᆫ 엇디 싯돗던고

    박소ᄅᆡ 핀계ᄒᆞ고 조장이 ᄀᆞ장 놉다

    (인심)이 ᄂᆞᆺ ᄀᆞᆺᄐᆞ야 보도록 새롭거ᄂᆞᆯ

    世事(세사)ᄂᆞᆫ 구롬이라 머흐도 머흘시고

    엇그제 비ᄌᆞᆫ 술이 어도록 니건ᄂᆞ니

    잡거니 밀거니 슬ᄏᆞ장 거후로니

    ᄆᆞᄋᆞᆷ의 ᄆᆞ친 시ᄅᆞᆷ 져그나 ᄒᆞ리ᄂᆞ다

    거믄고 시욹 언저 風入松(풍입송) 이야고야

    손인동 主人(주인)인동 다 니져 ᄇᆞ려셔라

    長空(장공)의 ᄯᅵᆺ는 ()이 이 골의 眞仙(진선)이라

    瑤臺(요대) 月下(월하)의 ᄒᆡᆼ혀 아니 만나신가

    손이셔 主人(주인)ᄃᆞ려 닐오ᄃᆡ 그ᄃᆡ 귄가 ᄒᆞ노라

     

    현대어풀이

     

    어떤 지나가는 손님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을 들어 보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많건마는

    어찌 한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적막한 산중(성산)에 들어가서 아니 나오시는가.

    소나무 뿌리를 다시 쓸고 대나무 침대에 자리를 보아

    잠시 올라앉아 어떤가 하고 (주변 경관을) 다시 보니

    하늘가에 떠 있는 구름이 서석(상서로운 돌)을 집을 삼아

    나가는 듯하다가 들어가는 모습이 주인과 어떠한가(같은 모습이 아니겠는가).

    푸른 시내의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하늘의 은하수를 누가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쳐 놓은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 속에 달력이 없어서 사계절을 모르더니

    눈 아래 펼쳐진 경치가 철을 따라 절로 생겨나니

    (자연을) 듣고 보는 것이 모두 신선이 사는 세상이로다.

     

    매화꽃이 피어 있는 창문 아침볕의 향기에 잠을 깨니

    산촌 늙은이의 할 일이 아주 없지도 아니하다.

    울타리 밑 양지쪽에 오이씨를 뿌려 두고

    (김을) 매고, (흙을) 돋우면서 비 온 김에 가꾸어 내니

    청문의 고사를 이제도 있다고 할까.

    짚신을 재촉하여 신고 대나무 지팡이를 옮겨 짚으니

    복숭아꽃 핀 시냇길이 꽃다운 풀이 이어졌구나.

    잘 닦은 거울 속에 저절로 그려진 돌로 된 병풍

    그림자를 벗을 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도원이 어디쯤인고 무릉이 여기로구나.

     

    남풍이 문득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철을 아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희황(복희) 베개 위에서 선잠을 얼핏 깨니

    식영정 난간이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구나.

    삼베옷을 여며 입고 갈건을 비스듬히 쓰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기대면서 보는 것이 물고기로다.

    하룻밤 비 온 뒤에 붉은 연꽃과 흰 연꽃이 섞여 피니,

    바람기가 없어도 모든 산이 향기로다.

    염계(주돈이)를 마주하여 태극성(우주의 원리)을 묻는 듯

    태을진인(선인)이 옥자를 헤쳤는 듯

    노자암을 바라보며 자미탄(개울물)을 곁에 두고,

    큰 소나무를 햇볕 가리개로 삼아 돌길에 앉으니

    인간 세상은 유월이지만 여기는 가을이로구나.

    맑은 강에 떠 있는 오리가 흰 모래에 옮겨 앉아

    흰 갈매기를 벗 삼고 잠 깰 줄을 모르나니

    사심이 없고 한가함이 주인과 비교하여 어떠하나니.

     

    오동나무에 비친 달이 사경(새벽 두시경)에 돋아 오니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가 낮인들 그러할까.

    호주(서호)의 수정궁을 누가 옮겨 왔는가.

    은하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라 있는 듯

    한 쌍의 늙은 소나무는 낚시터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내버려 두니

    홍료화(여뀌꽃) 백반주(마름꽃)를 어느새 지났길래

    환벽당 용의 연못(용추계곡)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푸른 풀이 우거진 강변에서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의 흥을 못 이겨 피리를 비껴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 깨어 일어날 듯

    연기 기운에 나온 학이 제 집을 버려두고

    허공에 솟아 뜰 듯

    소동파의 적벽부에는 가을 칠월이 좋다 하였으되

    팔월 보름밤을 모두 어찌 칭찬하는가.

    잔구름이 사방으로 걷히고 물결도 잔잔한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소나무 위에 걸렸거든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졌다는 이태백의 일이 야단스럽다.

     

    공산에 쌓인 잎을 북풍이 거두 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까지 몰아오니,

    천공(조물주)이 이 일을 즐겨 옥으로 꽃을 지어

    만수천림(나무와 숲)을 잘도 꾸며 내었구나

    앞 여울 가리어 얼어 외나무다리 걸렸는데

    막대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다는 말인가

    산옹의 이 부귀를 남에게 소문내지 마오.

    경요굴(성산) 은세계를 찾을 이 있을까 두렵구나.

     

    산중에 벗이 없어 서책을 쌓아 놓고

    옛 인물을 거슬러 세어보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이 인간을 지으실 때 무심하랴마는

    어찌된 시운이 흥했다 망했다 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끝이 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요나라 때 허유) 귀는 어찌 씻었던가.

    박소리도 귀찮다 핑계하고 버린 조장(지조 있는 품행)이 가장 높다.

    인심이 얼굴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진다.

    거문고 줄을 얹어 풍입송을 타자꾸나.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높고 먼 하늘에 떠 있는 학이 이 고을의 진선이라

    이전에 달 아래서 혹시 만나지 아니하였는가.

    손님이 주인에게 이르기를 그대가 곧 진선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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