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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정원 고산구곡(高山九曲)
    문화 culture/문학 literature 2022. 3. 17. 14:25

     

    지난해 겨울날의 대전시립박물관

     

     

    고산구곡도는 율곡 이이가 은퇴후 지낸 황해도 해주군 고산면 석담리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의도에 따라 그의 제자 권상하(權尙夏, 1641-1721)가 주도하여 1688(숙종14)경에 완성한 그림이다. 율곡은 성리학을 집대성한 남송(南宋)의 주자(朱子, 朱熹)를 흠모하여 그가 경영한 무이정사(武吏精舍)와 구곡계(九曲溪)의 자연을 읊은 무이도가(武夷棹歌=무이구곡가)를 본떠 은병정사(隱屛精舍)를 세우고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를 지었다. 그림의 전체 구성은 왼편 제1곡에서 시작하여 오른쪽 제9곡에 이르기까지 파노라마식으로 전개된다. 각 곡에는 주요 경물의 명칭을 적어놓았고, 고산구곡의 실경과 고산구곡가의 시어(詩語)를 절충적으로 형상화 한 것이 특징이다. 두루마리 위쪽에는 각 곡마다 3편의 시가 적혀 있다. 김수증(金壽增, 1624-1701)이 한글로 쓴 이이의 고산구곡가가 먼저 나오고, 이를 송시열이 한문으로 번역한 시와 김수항(金壽恒, 1629-1689) 9명이 쓴 무이도가(武夷棹歌) 시를 차운한 시가 순서대로 적혀 있다. 서시를 포함한 10수 그 연시조를 감상하면서 이 시대 최고 지성의 학문과 사상을 음미해보자.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 율곡 이이

     

    서시 [아홉굽이 고산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를 사람들이 모르더니

    내가 터를 닦아 집 짓고 살게 되니 벗들이 찾아오는구나

    , 주자의 무이(武夷)를 생각하면서 그의 학문을 공부하리라.]

     

     

    일곡 [일곡은 어디인가? 관암에 해 비친다.

    잡초 우거진 들판에 안개 걷히니 경치가 그림같이 아름답구나.

    소나무 아래 술통을 놓고 벗이 찾아온듯 바라보노라.]

     

     

    이곡 [이곡은 어디인가? 화암에 봄이 저물었도다.

    푸른 물결에 꽃을 띄워 들 밖으로 보내노라.

    사람들이 절경을 알지 못하니 알려 찾아오게 한들 어떠리.]

     

     

    삼곡 [삼곡은 어디인가? 푸른 병풍같은 절벽에 잎이 우거졌다.

    푸른 나무 위의 산새는 여러 가지 소리로 지저귀는데,

    둥근 소나무 바람에 흔들리니 여름 같지 않게 시원하구나.]

     

     

    사곡 [사곡은 어디인가? 소나무가 서 있는 절벽에 해 떨어진다.

    연못 속 바위 그림자는 온갖 빛으로 잠겨구나.

    숲속 옹달샘 깊을수록 좋으니 흥을 이길 수가 없구나.]

     

     

    오곡 [오곡은 어디인가? 병풍처럼 둘러 있되 으슥한 절벽이 좋구나.

    물가에 세워진 정사는 맑고 깨끗하기 한이 없다.

    이 가운데 학문도 하려니와 시 읊으며 풍류를 즐기리라.]

     

     

    육곡 [육곡은 어디인가? 낚시하기 좋은 골짜기에 물이 넓구나.

    나와 물고기는 어느 쪽이 더 즐거운가?

    즐기다 날 저물면 달과 함께 돌아오노라.]

     

     

    칠곡 [칠곡은 어디인가? 단풍으로 싸인 바위 가을빛이 좋구나.

    맑은 서리 엷게 내리니 절벽은 비단같이 아름답고

    차가운 바위에 혼자 앉아 속세 일을 잊었노라.]

     

     

    팔곡 [팔곡은 어디인가? 악기를 연주하는데 시냇물은 달이 밝다.

    아주 좋은 거문고로 몇 곡을 연주하지만

    옛 곡조 알 사람 없으니 나 홀로 즐기노라.]

     

     

    구곡 [구곡은 어디인가? 문산에 한 해가 저물었다.

    기암 괴석이 눈 속에 묻혔구나

    사람들은 보지도 않고 볼 것 없다 하더라.]

    파주 자운서원과 율곡 이이의 묘 :: 시사랑꽃사랑 (tistory.com)

    도산십이곡(퇴계 이황) https://ktk84378837.tistory.com/8985

     

     

    구곡도 현황

    조선의 구곡문화는 대부분 수려한 경승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스승의 자취가 배어있는 장소적 의미를 포함한다. 성리학의 도(道)를 실천했던 장소라는 상징성과 학파적 배경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팔경(八景) 유람에서는 볼 수 없는 학문의 강학처, 은거지 등이 구곡(九曲) 유람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우리나라 구곡문화의 본이 되었던 주희(朱熹)의 무이도가(무이구곡가)는 다음과 같다. 푸젠(福建)성 서북쪽에 위치한 무이산(武吏山)은 차(茶)의 명산지이다.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 / 주희(朱熹)

     

     

    武夷山上有仙靈(무이산상유선영) 무이산 위에 선영이 있으니,

    山下寒流曲曲淸(산하한류곡곡청) 산아래 흐르는 한류가 굽이굽이 맑네,

    欲識箇中寄絶處(욕식개중기절처) 그 가운데 빼어난 곳을 알고자 하니,

    櫂歌閑聽兩三聲(도가한청양삼성) 돗대노래(櫂歌)를 한가히 두 서너 소리 들어보세.

     

    일곡(一曲)

    一曲溪邊上釣船(일곡계변상조선) 일곡 시냇가에 낚시배에 오르니,

    萬亭峯影潛晴川(만정봉영잠정천) 만정봉이 맑은 물속 푸른 하늘에 잠겨있네,

    虹橋一斷無消息(홍교일단무소식) 무지개 다리는 한번 끊어진 후 소식이 없고,

    萬壑千巖鎖翠煙(만학천암쇄취연) 골골마다 암봉에는 비취 빛 안개가 자욱하네.

     

    이곡(二曲)

    二曲停停玉女峯(이곡정정옥녀봉) 이곡에 우뚝 솟은 옥녀봉이여,

    揷花臨水爲誰容(삽화임수위수용) 꽃을 꽂고 물가에 서 있으니 누구를 위해 꾸몄는가,

    道人不複荒臺夢(도인불복황대몽) 도인은 황대몽(荒臺夢)을 다시 꾸지 않는데,

    興入前山翠幾重(흥입전산취기중) 흥에 겨워 앞산에 들어가니 푸르름이 첩첩이네.

     

    삼곡(三曲)

    三曲君着袈壑船(삼곡군착가학선) 삼곡에서 그대는 골짜기에 메어 둔 배를 보았는가,

    不知停櫂幾何年(부지정도기하년) 노젖기를 그친지 몇 해인지 모르겠네,

    桑田海水今如許(상전해수금여허)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된 것이 지금부터 언제런가,

    泡沫風燈敢自憐(포말풍등감자련) 물거품 같고 바람 앞 등불 같은 우리 인생이 가련하다.

     

    사곡(四曲)

    四曲東西兩石巖(사곡동서양석암) 사곡의 동서쪽에는 두 개의 바위산이 있는데,

    巖花垂露碧攬毶(암화수로벽람참) 바위틈 꽃에는 이슬이 맺혀 푸르르네,

    金鷄呌罷無人見(금계규파무인견) 금닭이 울어 아침을 열지만 아무도 본이가 없고,

    月滿空山水滿潭(월만공산수만담) 달은 텅빈 산에 가득하고 물은 못에 가득 차있네.

     

    오곡(五曲)

    五曲山高雲氣深(오곡산고운기심) 오곡은 산이 높고 구름 기운이 깊어,

    長時煙雨暗平林(장시연우암평림) 오랜 안개비에 평림(평림)은 어둑어둑하여,

    林間有客無人識(림간유객무인식) 숲 사이의 나그네를 알아보는 이 없고,

    欲乃聲中萬古心(욕내성중만고심) 뱃사공의 노래 소리에 만고의 수심이 깊어지네.

     

    육곡(六曲)

    六曲蒼屛繞碧灣(육곡창병요벽만) 육곡의 시퍼런 병풍 바위는 푸르른 물굽이를 둘렀고,

    茅茨終日掩柴關(모자종일엄시관) 띠로 지은 집 종일토록 사립문 닫혀있네,

    客來倚櫂巖花落(객래의도암화락) 나그네가 노에 몸을 기대니 바위에서 꽃이 떨어지는데,

    猿鳥不驚春意閑(원조불경춘의한) 원숭이와 새들은 놀라지 않고 봄의 정취가 한가롭네.

     

    칠곡(七曲)

    七曲移船上碧灘(칠곡이선상벽탄) 칠곡에 배를 몰아 푸른 영울에 올라서,

    隱屛仙掌更回看(은병선장경회간) 은병봉과 선장암을 다시금 돌아보네,

    人言此處無佳景(인언차처무가경) 사람들은 이곳에 좋은 경치가 없다지만,

    只有石堂空翠寒(지유석당공취한) 텅빈 하늘에는석당(石堂)이 해맑게 솟아있네.

     

    팔곡(八曲)

    八曲風煙勢欲開(팔곡풍연세요개) 팔곡에 바람 불어 구름이 개려 하는데,

    鼓樓巖下水縈廻(고루암하수영회) 고루암(鼓樓巖)아래는 물이 돌아드네,

    莫言此處無佳景(막언차처무가경) 이곳에 좋은 경치가 없다고 말하지 말게,

    自是遊人不上來(자시유인불상래) 여기부터 속인은 올라갈 수 없다네,

     

    구곡(九曲)

    九曲將窮眼豁然(구곡장궁안활연) 구곡에 다달으니 눈앞이 훤히 트이는데,

    桑麻雨露見平川(상마우로건평천) 뽕나무 삼나무(桑麻)에 맺힌 이슬, 평천(平川)을 바라보네,

    漁郞更覓桃源路(어랑갱멱도원로) 뱃사공은 다시금 무릉도원 가는 길을 찾지만,

    除是人間別有天(제시인간별유천) 이곳이 바로 인간 세계의 별천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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