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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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어 좋은 날풍경 landscape 2018. 4. 12. 22:41
회남로 벚꽃놀이에 갔다가 갑자기 Beatles 의 abbey road 가 생각나서 따라쟁이가 되었다. 자동셔터 세팅을 하고 뛰어가기는 했는데 오가는 차량은 많고 멈춰주지는 않고 그저 네 사람 나온 것만도 다행이다 싶었다. 벚꽃터널 / 이문재 멀리서는 그저 보일 따름이다. 하룻밤 새 나타난 하얀 대열이 산등성이에 새 길을 낸 것처럼 보일 뿐이다. 멀리서는 벚꽃터널 하얀 꽃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꽃그늘이 좋기도 하겠지만 벚꽃터널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보라. 거기 또 하나의 터널이 있거니와, 눈보다 두 귀가 훨씬 더 커진다. 온 몸이 귀가 된다. 귀가 된 온 몸은 스웨터와 면바지 속에서 저절로 더워진다. 꿀벌이 벌꿀을 만드는 소리, 수만 마리의 꿀벌이 수억 개 꽃송이에 달라붙어 벌꿀을 만드는 소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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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2심상 image 2010. 2. 24. 15:49
문창동. 단골미용실 인근. 골목 http://ktk84378837.tistory.com/1687 http://ktk84378837.tistory.com/1686 http://ktk84378837.tistory.com/3144 골목에도 사람은 살지 않는다―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7 / 이문재 그래도 키 낮은 골목에는 사람이 아직 살겠거니 했다, 북한산 그늘이 깊은 수유리 목을 빼면 셋방 가구 등속이 보이는 골목들 고개 숙이며 드나드는 사람들 속에는 아직 사람 같은 그 무엇인가 깃들여 뜨겁거나 때로 덜컹댈 것이었지만, 살 부벼댈 오래 된 마음들 있겠거니 했다, 해서 등꽃 파랗게 피면 삶은 아직 삶아진 것이 아니라고 감나무에서 감 덜 익은 것 떨어지면, 그게 생명을 생명이게 하는 솎아냄이라고 올 사람 없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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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염전마을문화 culture/역사 전통 history tradition 2007. 10. 2. 20:29
곰소염전 http://ktk84378837.tistory.com/3714 태평염전 http://ktk84378837.tistory.com/378 안흥제염 http://ktk84378837.tistory.com/2088 소금창고 /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 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나이 마흔(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