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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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나무기타 etcetera 2012. 2. 1. 21:05
보문산성. 나목(裸木) / 신경림 (1936-2024)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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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山城)의 나무기타 etcetera 2009. 12. 23. 21:36
보문산성.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零下)에서 영상(零上)으로 영상(零上) 오도(五度) 영상(零上) 십삼도(十三度) 지상(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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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겨울나무심상 image 2009. 2. 2. 13:55
대청호. http://ktk84378837.tistory.com/5412 http://ktk84378837.tistory.com/2470 나목(裸木)의 노래 / 이수익 저의 고난을 바칩니다. 마른 몸을 십자가처럼, 차디찬 겨울 하늘에 걸었습니다. 칼바람 채찍을 내려 주소서. 죽음만이 찬란한 부활의 길임을 믿고 있기에 가혹한 피의 고문, 그 출혈을 차라리 달디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지난 봄, 여름, 가을을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죄 죽어도 후회하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