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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초목류 wild flower/종합세트 synthesis 2017. 6. 11. 22:09
애기메꽃이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서도 곱디고운 꽃을 두 송이나 피워내는 감동과 기적을을 선사하고 있다.
왜 부처 이름이 붙었는지 스핑크스 같은 수수께끼를 던지는 부처사촌나비. 북한명 애기뱀눈나비가 훨 낫다.
학명의 gotama(부처)를 따서 부처나비라고 부르고, 부처나비와 비슷하니 부처사촌나비라 부른다.
검털파리.
부부싸움을 하고 쫒겨나온 배자바구미가 확 추락을 해버릴까 다른 애한테 가버릴까 고민하고 있다.
솥뚜껑바위? 거북바위?
떡쑥.
바위와 바위 사이에 사초며 며느리밑씻개와 공동주택을 마련한 여뀌.
산꼬리사초.
애기메꽃 뿐만이 아니다. 여기다 자손을 뿌리면 자손들의 삶이 어찌 될 줄을 알까 싶은 다닥냉이.
다닥냉이와 이웃하고 있는 근성의 개망초.
다닥냉이며 개망초도 어렵지만 힘들지만 잘 살아가는데 나라고 질소냐 동무하는 괭이사초.
황새바위 전망대를 찾아온 아주머니가 남자냄새 난다고 좋아라 하던 밤꽃이 흐드러지게 일렁인다.
그들이 물러나자 곧바로 동구문화원 산하의 아코디언동호회원들이 들이닥쳐 연주를 하는데 하모니가 있다.
뽑히고 밟히고 짓이겨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꽃을 피우는 길바닥의 질경이.
이 두 무당벌레는 부부일까 남매일가 친구일까.
철늦은 쥐똥나무지만 진한 꿀맛을 알고 꿀벌이 잉잉거린다.
서양조팝일까 꽃울타리를 한 집주인의 마음은 참 순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기에 이렇게 이쁘게 가꾸는 거다.
아기늪서성거미인지 닷표서성거미인지
얘들은 뉘집 자식들일까.
물이 빠진 자리에 숲을 이루고 있는 솔방울고랭이 중에 성질 급한 녀석이 먼저 꽃대를 밀어올렸다.
거미 - 이은봉
거미는 외로운 황제다 숲가에 쳐놓은
그물에 걸리는 먹이만 골라 먹는다
이슬이 내려 그물이 젖기라도 하면
중천에 해가 오를 때까지 그는 굶는다
오래 굶어야 하는 마음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위해
거미는 저 혼자 줄 타는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그물에 걸려 있는 이슬방울들
활활 털어낼 줄 모르는 거미!
날개가 없어 그는 땅벌처럼 날지도 못한다
개미처럼 튼튼한 발과 이빨을
갖고 있지도 못한 거미!
거미는 깡통을 들고
먹이를 얻으러 길 나서지도 못한다
먹이를 찾으러 길 나서지도 못한다
너무도 게을러빠진 거미!
굶어죽어도 자존심을 잃을 수 없는
거미의 목덜미에는 커다란 혹이 달려 있다
거미는 혹이 커다란 아바이 동지다
가깝고도 먼 나라의 슬픈 황제다.
―《서정시학》 2007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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