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애기단풍을 품은 고창 문수사
    문화 culture/불교문화 Buddhist culture 2016. 11. 20. 22:16

    일주문.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 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 물 속에 비쳐옴을

     

    묵암대선사공덕비.

     

    범종각.

     

    좌 만세루, 중 대웅전, 우 명부전.

     

    대웅전.

     

    명부전.

     

    소각로.

     

    불이문이 멀어보인다.

     

    전라북도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의 말사.

    자장율사가 당나라 청량산에 들어가 삼칠일 기도를 거듭한 끝에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깨닫고 귀국하여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가만히 보니 산세와 수세(水勢)가 중국의 청량산과 너무도 흡사한 것을 기이하게 여긴 자장율사는 문수산 기슭의 암굴(岩窟)을 찾아 7일 기도를 올렸는데,

    그때 문수보살이 땅속에서 솟아나는 꿈을 꾸게 되어 땅을 파보니 화강석의 장대한 문수보살 입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곳에 절을 세우고 문수사라 이름을 지었다. 이로부터 축령산을 문수산, 청량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문수보살상에 얽힌 전설적 의미와 문수도량의 창건 연기에 의해서 대웅전보다는 문수전에 주전(主殿)의 비중을 더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건너간 것은 636년(선덕왕 5)이며, 그로부터 8년 후에 귀국했다.

    백제, 신라 두 나라가 정치적으로 심하게 대립되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과연 자장율사가 이곳을 통과하였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신라 고승이 백제 땅에 와서 절을 세웠다는 기록은 쉽게 믿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문수사(文殊寺) 승려의 시권(詩卷)에 차운하다 (次韻文殊僧卷) / 최립

     

     

    文殊路已十年迷 문수사 길 이미 십년 전이라 흐릿한데

    有夢猶尋北郭西 꿈속에서 북쪽 성곽 서쪽을 찾는다오

    萬壑倚筇雲遠近 지팡이 짚고 서면 골짜기에 구름이 가득하고

    千峯開戶月高低 문을 열면 봉우리 위에 달이 떴겠지

    磬殘石竇晨泉滴 돌구멍에 새벽 물소리 경쇠소리 같고

    燈剪松風夜鹿啼 등잔 심지 돋울 때 솔바람에 사슴이 울었네

    此況共僧那再得 이 경지를 스님과 함께 언제 다시 가져볼까

    官街七月困泥蹄 벼슬길은 칠월은 진흙탕만 질퍽한데

    (簡易集 6 焦尾錄)

     

     

    아기단풍나무 숲덤불 - 이은봉

     

     

    낯빛 밝은 아기단풍나무 숲덤불, 주춤주춤 걸어 내 곁으로 왔네 삼십 년 전 화사하던 모습 그대로였네 

    처음에는 마음으로 더듬다가, 다음에는 두 손으로 어루만졌네 마침내는 온몸으로 끌어안았네 

    그녀의 희고 따스한 속살이라니! 

    아기단풍나무 숲덤불의 크고 예쁜 젖가슴 속으로 머리통 집어넣다가 화들짝 놀랐네 

    그녀의 뭉클한 젖가슴 따라 모든 감각들 뜨겁게 되살아났네 

    순간, 아득하고 황홀한 아침이 왔네  

    붉게 물든 아기단풍나무 숲덤불, 타오를 듯 더욱 붉게 물들다가 문득, 스물두 살 어린 나이로 깨어났네 

    온종일 연두빛 콧노래를 부르던 그녀, 밤 깊어도 내 곁을 지키던 그녀, 불안하고 초조해도 생각조차 못 했네  

    끝내 죄 버리고 떠나리라는 것을 

    오래 준비해온 이별의 칼이 가슴 저미는 것도 몰랐네 

    너무 늦된 나는 온몸에 피를 흘리면서도 차마 울지 못 했네 그녀만 저 혼자 흥흥흥 울었네 아기단풍나무 숲덤불만.

     

    시와경계2012년 봄호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