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판나비 Mimathyma schrenckii

세번째 만난 은판나비 수컷은 무기물을 섭취하는 먹방의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 준다. 식장산.

 

은판나비 암컷 Mimathyma schrenckii, 은오색나비, 네발나비과. 잡목림이 많은 계곡주변에 서식한다. 윗날개에 주황색 점이 있으면 암컷, 없으면 수컷이다. 날개 윗면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꽃에서 흡밀하는 모습은 볼 수 없으며, 계곡이나 산지의 길바닥 위에서 양분을 섭취한다. 진산.

은판나비 http://ktk84378837.tistory.com/681 http://ktk84378837.tistory.com/6647 http://ktk84378837.tistory.com/7490

 

 

은판나비 / 신지혜

 

 

어둠의 스크린 속으로 내가 빨려 들었다

나는 미세한 발광체였다

내 몸이 없었다 거미줄보다

가느다란 레이저 망을 뚫고

내가 긴긴 통로를 따라 무작정 빨려 들어갔다

내가 발을 쭉 뻗으니 무엇인가 발끝에 닿았다

팔을 쭉 뻗으니 손가락 끝에 무엇이 닿았다

그래도 어딘가 빈 곳이 있었다 아직도

우주가 헐렁했다

내가 다 자라려면 아직 멀었나요?

나는 가끔 외치곤 하였다

나를 담은 우주가 자주 겉돌았다

나는 몸부림치듯 내 집을 뒤흔들었다

집이 무너져 내렸다 내 몸에서

희디흰 그 무엇이 서서히 날개를 펼쳤다

 

 

ㅡ시집『토네이도』(상상인,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