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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투어기타 etcetera 2016. 5. 22. 21:25
어디서 날아왔을까. 민들레 홀씨는. . .
앉을 곳이 그리 없었을까. 괴불주머니. . .
옹기는 버려도 꽃창포를 심었다.
가꾸지 못하는 주인의 심정을 알고는 이리 쓸리고 저리 날리던 녀석들이 둥지를 틀었다.
담벼락 밑에마다 여관이 많은 문창동 골목은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골목 풍경 / 하영순
자동차 입김이 무서운 골목
높은 건물 그늘은
그나마 노인의 피서지다
피동적인 삶
누가 모셔 가주지 않으면
피서란 엄두도 못낼
세월의 그늘
가계 주인이 떠 주는 물통에 발을 담그고
입에 하드를 물었다
한 손엔 부체를 들고
등 떠밀지 않아도 밀리고
부르지 않아도 가야 하는 길
누가 이 섭리를 피할 것인가
하드가 녹아 오지랖에 떨어진다.
손에든 부채를 놓고
녹아내리는 하드를 닦는 노인
이 더위에
자신이 녹아 이지러지는 것을
아는지
어쩌다 불어오는 바람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