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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동 준비
    풍경 landscape 2015. 11. 1. 21:12

     

    과례마을.

    무청 말린 것은 시래기라 하고 배추 겉잎을 말리면 우거지라 한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시래기의 어원은 아리아족 언어에서 왔다는 말이 있는데 불분명하고,

    정색을 하고 부인하는 '쓰레기'와의 연관이 오히려 상식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거지의 어원은 '웃(上)+걷(걷다의 어간+이(접미사)>웃+거지>우거지'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식이섬유, 칼슘, 철분, 비타민C 가 많아 간암 억제, 당뇨, 동맥경화, 변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삽상한 이 계절에는 어디에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든든하고 구수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시래기  /  도종환

     

     

    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 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

    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우기 위해

    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겨울 마파람이 부는 저녁, 시래깃국이 들어오곤 했다.

    된장에 무친 시래기 위로 들깻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오래된 토방 냄새 같기도 하고 외지로 벌이 갔다 온 아버지 냄새 같기도 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할아버지에게 시래깃국만 드리는 것이 어머니는 늘 미안한 눈치였다. <신용목·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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