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잠자리 수컷 Calopteryx japonica

 

 

 

물잠자리 Calopteryx japonica Selys, 1869. 물잠자리과 장수땅노린재속. 5~7월에 나타난다. 뒷날개의 길이는 31-40mm이다. 수컷은 날개가 남색을 띠는 것이 보통이다. 날개를 움직일 때마다 날개 표면이 청람색을 띠게 된다. 암컷은 광택이 없는 갈색으로 색이 밝고 백색의 무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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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잠자리-----둑길行·27  /  구재기

 

 

둑길을 걸으며

물잠자리 한 마리를 보았느냐

물잠자리는 시방

물낯의 햇살처럼 젖어 있다

자라가 목을 빼는 갈대숲 위에

맨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물을 찍어 놓고

바람을 만나 세상을 이야기하며

바람을 만나 몸을 함께 하며

바람을 만나 바람 같은 목소리로

포르르르 날개를 치고

한여름이 평생처럼 하늘을 돈다

이제 번지르르한 허물을 벗고

모든 바램에 지쳐 버린 사람들과

술잔을 높이 할 때다

아무 데도 보이지 않는

아무 데도 보이지 않는

험한 둑길 풀꽃 우거지 사이로

다시 떠나아 할 시간이다

따거운 햇살을 등지고

징검을 건너 물꼬를  건너

제 갈 길로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물잠자리 한 마리를 보았느냐

술마시고 농약을 뿌리다가

헛기침 쏟아 놓고 아무 말없이

들녘에서 죽어간 사람의 모습으로

보리 냄새 향긋한 산녘에 다다르면

살을 에듯 여기는

자꾸만 어둠이 오는 하늘 밑

둑길을 걸으며

쓰러지는 갈대숲을 본다

갈대숲과 더불어

하늘 아래로 흐르는

물잠자리 한 마리를 본다

 

둑길행 ( 시와시학사 )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