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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미읍성
    문화 culture/역사 전통 history tradition 2014. 4. 24. 16:04

     

    아이들 어릴때 좋은 아빠 하겠다고 찾은 후 20여년 만이다.

     진남문은 그대로다.

    절도 강간일까 천주교를 믿었을까 죄인을 찾는다는 방문이 흉악한 모습의 인물과 함께 붙었다.

    읍성의 망루가 보이고 청사초롱이 매달린 주막 사이로 화들짝 핀 노란 유채밭이 아름답다.

    사투리로 호야나무인 회화나무는 순교자들을 매달아 고문하던 철삿줄 흔적이 사라지고 썩은 곳은 시멘트를 발라 방부처리를 했다.

     

    해미 순교지의 호야나무 / 진장춘 

     

     순교지인 감옥과 호야나무*를 보았다.

    주님을 위하여 갖은 고문을 받던 3백년 된 호야나무

    그 임들을 매달았던 동쪽 가지는 1940년 바람에 부러지고

    자릿개질**하던 자릿개는 지금도 기념관에 있다.

    가운데 줄기도 18696월 부러지고

    반이나 텅 빈 고목은 시멘트로 옷을 입고

    그 위엔 덩그러니 까치집하나도 비어있다.

     

    예수마리아를 부르며 생매장 당하던 여숫골

    서문 밖 순교지에선 돌로 쳐 죽여

    시산혈하(屍山血河)를 이루었네.

    돌구멍에 넣어 줄을 당겨 죽이고

    서문 밖 임들의 용기와 신앙에 난 부끄러워 눈물이 나네.

    *호야나무:회화나무, **자릿개질:도리깨질

    옥사로 쓰이던 곳이다.

    사또가 집무를 보던 동헌은 오늘도 시원스레 보인다.

    동헌의 대문은 삼태극 문양이다.

    아주머니들이 동원되어 동헌 앞마당의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장승공원이 있는 뒷동산으로 올라가 전경을 잡아보았다.

    다듬이질 소리가 낭낭하여 찾아가보니 할머니 두 분이 마주 앉아 손님만 나타나면 또닥또닥 ...

    옆집에선 할아버지가 홀로 자리를 짜고 계시다.

     

     

    다듬이 소리 / 문재학

     

     

    또닥또닥 다듬이 소리

    어둠을 깨고 적막을 깨뜨리며

    허공에 리듬을 탄다.

     

    층층시하 시집살이

    서러운 시집살이

    연약한 팔에 실고

    비단도 두드리고 무명도 두드렸다.

     

    또닥또닥

    두드러도 두드려도

    가슴속 주름살은 펼 길 없고

    늘어가는 건 고뇌뿐

     

    가물거리는 호롱불아래

    창호지에 비치는 실루엣

    다듬이질 여인상

    동지섣달 추위를 녹였는데.

     

    이제는 모두

    세월 속으로 사라져간

    향수(鄕愁)로 남았다

     

     · 시집명 : 삶의 풍경 / 2011 / 도서출판 신세림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 나희덕

     

    해질무렵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당신은 성문밖에 말을 잠시 매어두고

    고요히 걸어 들어가 두 그루 나무를 찾아보실 일입니다

    가시돋힌 탱자울타리를 따라가면

    먼저 저녁 해를 받고 있는 회화나무가 보일 것입니다

    아직 서 있으나 시커멓게 말라버린 그 나무에는

    밧줄과 사슬의 흔적 깊이 남아 있고

    수천의 비명이 크고 작은 옹이로 박혀 있을 것입니다

    나무가 몸을 베푸는 방식이 많기도 하지만 하필

    형틀의 운명을 타고난 그 회화나무,

    어찌 그가 눈 멀고 귀 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의 손끝은 그 상처를 아프게 만질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더 걸어가 또다른 나무를 만나보실 일입니다

    옛 동헌 앞에 심어진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 드물게 넓고 서늘한 그늘 아래서 사람들은 회화나무를 잊은 듯 웃고 있을 것이고

    당신은 말없이 앉아 나뭇잎만 헤아리다 일어서겠지요

    허나 당신, 성문 밖으로 혼자 걸어 나오며

    단 한 번만 회화나무쪽을 천천히 바라보십시오

    그 부러진 회화나무를 한번도 떠난 일 없는 어둠을요

    그늘과 형틀이 이리도 멀고 가까운데

    당신께 제가 드릴 것은 그 어둠뿐이라는 것을요

    언젠가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사이를 걸어보실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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