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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강아지 http://ktk84378837.tistory.com/5337&
땅강아지의 노래 / 서지월
지금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흙 무너지는 소리
낮에는 새가 하늘을 비껴 날며
금 없는 금 긋지만 땅 속엔 땅강아지가 살아
우리들의 노래와는 거리가 먼
흙을 후벼판다는 사실, 요즈음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일이네
내 아버지 어머니가 잔디로 덮인 땅 속에
눈 감으시고 싸늘한 육신 뉘인지도 어언 이십 년
그곳에 시냇물 흐르고 싸리꽃 필 때면
왼갖 산벌들이 윙윙거리며 떼지어 사는 곳
나는 지금 아버지 손때 묻은
흙으로 바람벽한 구들장 베고 누워
아내가 가져다 준 물수건으로 이마 적시며
끙끙 앓고 있을 뿐이네
땅강아지는 구들장 밑 흙 갉으며
무차별로 엄습해 오고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시간
아마, 지금 이 시간쯤 아니 오래 전부터 그들은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며 산엣 흙을
무너뜨리고 있는지도 몰라
흙을 거부하는 그들은 흙 속에서 살지만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는
땅강아지의 쓰디쓴 노래 알까 몰라
날마다 무너져 가는 육신 속에서
언젠가는 그들의 흙이 되어 파헤쳐질지 모르는
우리의 생애가 가엾을 뿐
· 시집명 : 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 / 2004 /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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