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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원산인 미국나팔꽃이 한국의 중심지인 대전의 한 아파트 방범창에 매달려 꽃을 피우고 지우고를 거듭하며서 꽃 떨어진 곳에 씨앗이 달리고 그 씨앗도 제각기 땅에 떨어져 후년의 생을 기약하고 이제 남은 것은 저를 감싸고 있던 자궁만이 바람에 젖고 비에 시달리다가 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저마져도 냅두면 떨어진 시앗의 거름이 되겠지만 폼새가 며칠 뒤면 남보기 늙은 것이 지저분하고 꿉꿉하다는 이유로 걷어치우는 처지를 맞게 되면 걍 쓰레기가 되고 말 것이다.하긴 어디로 가건 쓰레기라고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버려진 그곳에서 땅을 거름지게 할 것이고거기 숨어잇던 씨앗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새로운 땅에 제 후손이 번창할 것이다.그러면 또 붉은꽃을 피우고 벌과 나비가 날아와 꿀을 따고 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인간들이 눈요기하며 즐거워 할 것이다.나팔꽃의 생명은 계곡물이 냇물이 되고 냇물이 강물이 되고 강물은 흘러 바닷물이 되고 바닷물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고 하늘물은 다시 계곡물이 되는 이치와 하나도 다름이 없네?
나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