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Dog-tooth Violet

얼레지나물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는 어둑어둑 했던 터였다.

강원도 차전고개 휴게소에서 비닐봉지에 넣어 묵나물로 1만원씩 팔고 있었다.

남자들이 사는 물건의 9할은 아내한테 먹을 욕이라 참느라고 애를 먹었었다.

이 얼레지는 한자로 車前葉山慈姑이니 산자고의 형님쯤 되는 모양이다.

무릇은 자고라 하였으니 山茨菰 혹은 山慈姑는 산무릇이다.

석산도 꽃무릇이라 부른다.

우리말로는 가재무릇이라 하는데 가재는 꽃게를 가르키니 꽃게처럼 알록달록한 무늬를 가진 무릇이란 말일까.

산자고를 가치무릇이라고도 한다.

가치는 나중에 까치로 경음화하여 까치무릇이 된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산자고를 가제무릇이라 한다.

산자고의 꽃잎을 보면 까치무릇이란 말이 이해가 간다.

얼레지는 잎이 한 장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고 두 장일 때만 피우는 전형적인 쌍떡잎식물이다..

어느 블로그를 보니 옛날 철원에서는 산후조리에 미역국 대신 얼레지 잎을 끓여서 먹었다고 한다..

구근은 전분이 많고 품질이 좋아 일본에서는'가다구리'라고 한다..

영어로는 젖혀지는 부분이 마치 개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Dog Tooth'한다

한 번은 얼레지를 캐는데 뿌리까지 파지를 못할 정도로 깊어 포기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얼레지 씨앗을 개미가 식량으로 쓰기 위해 땅속 깊숙히 저장해 두었던 씨앗이 발아하기 때문이란다.

또 다른 재미난 얘기가 있다.

부모없이 자란 아이라 얼룩얼룩 더러워진 옷을 입고 다녀 놀림을 주고 왕따를 시켰다..

아이가 죽자 묘 주위에 이 아이를 연상시키는 얼룩덜룩한 꽃이 피었다..

한편으로 어두운 자줏빛 무늬가 피부병인 어루러기 같이 흩어져 보여 얼레지라고 하기도 한다.

얼룩무늬 때문에 비롯된 썩 기분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얼레지는 이름의 유래와는 아무런 관련없이 귀부인을 연상시키는 멋진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게다가 꽃말은 질투라고 하니 어느 정도 독기를 품은 식물이다.

그래서 얼레지나물은 독기를 빼느라 한참 물에 담궈 울궈낸 다음 요리를 한다.

얼레지 Dog-tooth Violet, 얼룩취, 차전엽산자고(車前葉山慈姑), 편속전분(片粟澱粉), 활짝 핀 꽃잎이 가재의 집게를 떠오르게 하여 가재무릇, 백합과 얼레지속의 다년초. 학명 Erythronium japonicum. 아시아 원산. 키는 30㎝. 비늘줄기인 구근은 길이 6cm, 지름1cm이다. 푸른 잎에 갈색 무늬가 생겨 얼레지라는 이름이 되었다.

얼레지 http://ktk84378837.tistory.com/340 http://ktk84378837.tistory.com/341 http://ktk84378837.tistory.com/777

 

 

화암사 얼레지 / 임백령

 

 

버스 택시 버스 도보

먼 길 돌아 들어선 화암사 계곡

얼레지 꽃 일제히 문을 닫았네.

 

비 온 뒤 구름 낀 빗장 질러

햇살 밖 쏟아지던 법문을

없는 듯 거두어들였네.

 

부처도 법열의 아름다움도

햇살이 문을 여는 것처럼

찰나일 뿐이라고

 

서둘러 맺는 씨앗 하나 쿵

수천 겁 미래의 불국으로

떨어지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