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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벌레 Armadillidium vulgare
    동물 Animal/배각류 倍脚類 Diplopoda 2008. 6. 19. 14:39

     

    공벌레 pillbug, Armadillidium vulgare. 절지동물인 쥐며느리류는 습기가 많고 음습한 곳을 좋아하는 아직은 혐오성 곤충이다.

    쥐며느리류에 몸을 둥글게 말지 못하는 녀석은 쥐며느리고 몸을 둥글게 말아 공벌레, 콩만하다고 콩벌레다.

    몸길이는 17~19mm 정도로, 머리와 7개의 마디로 된 가슴, 5개로 이루저진 배로 이루어져있다. 몸색은 어두운 갈색이거나 회색이다.

    몸을 마는 행위는 적의 눈을 속여 자기 몸을 보호하려는 꾀에서 나온다.

    벌레는 꼬리가 보이지 않지만 쥐며느리는 두 갈래 꼬리가 보인다.

     

    아래는 쥐며느리



     

    공벌레 / 복효근  

     

     

    이 다족류는 슬픔의 유전자가 다리에 새겨져 있다

    날거나 뛰어버리는 족속에게는 없는

    영원한 비효율을 넘어서기 위하여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근면을 운명처럼 안고 간다

    쥐며느리라는 가당치 않은 이름과는 상관없이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그 다리를 쉬고 있는 법이 없다

    그럼에도 언제나 벌레로

    완전히 벌레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벌레로 그 동네 그 대로 산다

    위기에 닥쳐서는 그 많은 다리가 소용없어

    천적에게서 몸을 감추는 대신

    천적으로부터 까마득히 멀어지는 대신

    동그랗게 제 몸을 말아서 그 슬픔의 팔다리와 주둥이와 항문과 성기를

    제 몸 안으로 우겨넣고 검은 콩알로 변신해버린다

    새까만 한 알 콩,

    뿌리도 싹도 틔우지 않은(못하는) 콩알

    육식에 길들여진 자들에게는 흥밋거리도 못되는 식물성

    그러나 그 순간 진짜 콩도 아니고 더구나

    조금 전 땅을 기어가던 그 놈도 아니어서

    식물도 동물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어서

    그 이름이 콩벌레가 아닌 공벌레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사(假死)에서 벗어나 접었던 제 몸에서 팔과 다리와 주둥이와 항문을

    꽃의 암술과 수술처럼 피워내는 그 놈을 본 적이 있다

    한 번의 죽음과 재생을 꽃으로 체현해내는 것이다

    달마의 면벽 독공이 9년이나 걸린 것은 목숨이 달린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끝으로 그 놈을 건들여만 보라

    절명의 순간에 닥쳐서도 팔다리 대신 족보와 금고부터 챙기는 자들에게

    그러면서 정체성 운운하는 자들에게

    만유의 본질을 단박에 몸으로 보여줄 것이다

    ()! 

     

    격월간 유심201111~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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