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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山茱萸) Japanese Cornelian Cherry초목류 wild flower/층층나무과 Cornaceae 2009. 3. 11. 23:17
하, 남녘에서 올라오는 꽃소식에
구름처럼 몸이 허공에 뜬다.
무엇이 있을까.
과례길로는 현호색이 무더기로 나는데.
고촉사 쪽으로는 흰털괭이눈이 눈을 떴을까.
오락가락 하다가 과례길로 들어섰다.
현호색은 이제 막 잎사귀가 돋는다.
쇠별꽃이 서리 맞은 과거로 드러누어 눈짓한다.
마침내 노란 하늘이 열렸다.
산수유 두 그루가 판자지붕을 덮으려 가지를 뻗고 있다.
산자락 3부 능선은 판자촌이 자글자글하다.
할머니 한 분이 하얀 파뿌리를 매단체 흔들거리면서 다가온다.
안으로 들어가서 가까이 찍어야 이쁘지요.
길가에서 냉이며 씀바귀 같은 봄나물을 캐던 허리가 ㄱ자로 꺾인 할멈이다.
울타리에 걸어놓은 호박꼬지를 치우면서 친절을 베푼다.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은 왜그리 착할까.
생각하니 몇년 전 일이 스쳐 지나간다.
한 3년 되었나, 시민공원 길가집 마당 안에 봄꽃이 피었다.
담장에 카메라를 걸치니 마당에서 주인 사내가 무얼 하느냐고 소릴 지르는데 얼굴에 먹장구름이 가득했다.
오해를 살만도 하겠다 싶지만 꽃을 찍고 있소.
하면 아, 그래요? 참 좋은 취미를 가졌소.
기왕이면 들어와서 이쁘게 찍어 보시오.
할 것 같은 기대도 있었는데 쫌 산다 싶은 냄새가 나는 집 사내는그렇질 못했다.
집안을 기웃거리니 도둑쯤으로 보인 걸까?
벌건 대낮거늘 아무리 기색을 살펴도 경계의 눈초리다.
조류학자 윤무부가 새를 연구한다고 산으로 들로 헤맬 때
간첩으로 신고가 들어가 온갖 고생을 했더라는 생각도 난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이요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라고 조심했어야 했다.
허나 세상이 다 험하고 매몰차지만은 않다.
행촌길 아낙네 집안에서 새파란 하늘만큼 새빨갛게 주렁주렁 익어가는 석류를 찍고 있는데,
아휴 들어가서 찍어요. 오명가명 사람들이 얼마나 탐나는지 사진 많이 찍어 갔어요.
하면서 시장 가다 말고 철대문의 빗장을 풀어줬다.
군수물자 실어나르던 철마가 오가던 가난한 동네의 그냥 푸근한 집이었다.
파뿌리 할머니 나이가 87이란다.
40년 전에 남편이 병으로 죽고 아이도 잃었다.
가난이 웬수라 병원 한 번 데려가지 못하고 죽은게 원통한데,
자식이며 손자를 니년이 죽였다고 바글바글 볶아 쫒겨났다.
그 학대받던 얘기를 눈물도 나오지 않는 눈을 씸벅이며 쏟아낸다.
그 한이 오롯이 얼굴로 갔을까.
눈물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 골에서 콸콸 저 골에서 줄줄 흘러 내릴 것만 같은 주름이 골골이 패였다.
먼 산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머릿속에 지난날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댕그마니 걸린 올게심니를 보니 그렇다.
지가 요 아래동네 오다가다 말벗이나 되 줄랍니다.
산수유는 아무 것도 모르는체 푸른 하늘을 샛노랗게 수놓고 있다.
산수유(山茱萸) Japanese Cornelian Cherry. 산형화목 층층나무과 층층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 학명 Cornus officinalis 광릉지역이 자생지이다. 높이 7m. 잎은 마주나기하며 달걀형이고 암수한꽃으로 3 ~ 4월 잎보다 먼저 개화하고 노란색이며 열매는 장과로 긴 타원형이며 8월에 성숙한다. 果肉(과육)을 山茱萸(산수유)라 하며 腰膝鈍痛(요슬둔통), 眩暈(현운), 耳鳴(이명), (양위), 遺精(유정), 頻尿(빈뇨), 肝虛寒熱(간허한열), 虛汗不止(허한부지), 心搖散脈(심요산맥), 久瀉(구사)를 치료한다. 《동의보감》에 산수유는 “음(陰)을 왕성하게 하며 신정과 신기를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음경을 단단하고 크게 한다. 또한 정수(精髓)를 보해 주고 허리와 무릎을 덥혀 주어 신을 돕는다. 오줌이 잦은 것, 늙은이가 때 없이 오줌 누는 것, 두풍과 코가 메는 것, 귀먹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이처럼 산수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정력 강장제다. 우리나라에선 전남 구례 산동마을이 산수유마을인데 약 1000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살던 처녀가 지리산 기슭에 있는 이 마을로 시집올 때 가져와서 심었다고 한다. 보문산.산수유꽃나무에 말한 비밀 / 서정주
어느날 내가 산수유꽃나무에 말한 비밀은
산수유 꽃속에 피어나 사운대다가…
흔들리다가…
落花하다가…
구름 속으로 기어 들고,
구름은 뭉클리어 배 깔고 앉었다가…
마지못해 일어나서 기어 가다가…
쏟아져 비로 내리어
아직 내모양을 아는이의 어깨위에도 내리다가…
빗방울 속에 상기도 남은
내 비밀의 일곱빛 무지개여
햇빛의 푸리즘 속으로 오르내리며
허리 굽흐리고
나오다가…
숨다가 …
나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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