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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란하기 짝 없던 대보름 맞이
    풍경 landscape 2025. 2. 12. 21:26

    아침 눈 맞고싶어 들어서는 골목길 알고서 뽀드득 뽀드득 함박눈 쌓이고

    점심 눈이 빗물되어 똠방똠방 떨어지니 진곳은 터벅여도 맑은 이슬 그립구나

    저녁 달아 높이곰 솟았구나 휘영청 둥싯한 얼굴은 백성의 희망꽃인가

    보름 전에 설밥이 배불리 내렸었지. 그새를 못참아 풍년이 오려고 대보름날 이 난리를 쳤을까?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오긴 하는 걸까? 온다. 이불 역할을 하는 눈은 대지의 냉각을 예방해주는 단열 효과가 있다. 눈은 질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대지를 풍요롭게 만드는 거름이 된다. 눈이 녹으면서 스며드는 물은 대지의 열을 앗아가면서 땅속에 서식하는 해충을 박멸한다. 벼가 잘 자라고 열매를 튼실히 맺게 하는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온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셈이다. 농본주의에서는 풍년에 많은 기원을 하였다. 쌀이 부족한 농가에서는 나물죽와 송근목피로 생을 이어갔다. 풍성하게 핀 하얀 꽃만 봐도 이밥나무>이팝나무, 조밥나무>조팝나무, 밥풀데기나무>박태기나무를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쌀로  만든 하얀 밥을 이밥이라 하고, 누런 좁쌀로 지은 밥을 조밥이라 한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풍년은 농작물 가격을 하락시켜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벼를 스스로 갈아엎게 만들고, 경운기와 트랙터를 몰고 대책을 세워달라며 한양으로 진군하기도 한다. 눈이 많이 와야 하나.  오지 말아야 하나. 적당히 와줘야 할텐데...ㅎㅎ

    예전 같으면 달집태우기나 쥐불놀이하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올해는 장염으로 며칠 근신하는 중에 휘영청 대보름달을 보니 머리가 심란할 지경이다.   

     

    정읍사(井邑詞) / 백제 가요

     

    ᄃᆞᆯ하 노피곰 도ᄃᆞ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흐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ᄃᆡ랄 드ᄃᆡ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가논ᄃᆡ 졈그ᄅᆞᆯ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현대어 번역)

     

    달님이여, 높이금 돋으사

    아아, 멀리금 비치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저자에 가 계신가요.

    아아, 진 곳을 디딜세라 (두려워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 것이나 다 놓으시라.

    아아, 내 가는 곳 저물세라 (두려워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上元俚曲(상원리곡) / 金鑢(김려, 1766~1821)

     

     

    元宵月色劇淸圓(원소월색극청원) 정월 대보름 달빛 참말로 맑고 둥근데 

     先見生男古老傳(선견생남고로전) 그 달을 먼저 보면 아들을 낳는다네

     抵事南隣老處子(저사남린노처자) 남쪽 이웃 노처녀는 도대체 무슨 일로

    背人無語淚泫然(배인무어루현연) 말없이 돌아서서 눈물 줄줄 흘리는가? 

    * 上元  : 음력(陰曆) 정월(正月) 보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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