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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우도(十牛圖) 심우도(尋牛圖)
    문화 culture/불교문화 Buddhist culture 2024. 3. 6. 21:59

    봄비가 부슬부슬 옷깃을 적시는데 어디 갈곳이 없을까 엉덩이가 들썩거리기에 내원사라도 가보자, 비 오는 날의 산사 분위기는 어떨까. 극락보전을 휘감은 배롱나무 키는 크고  줄기는  굵은데 비에 젖자 얼룩얼룩 근육질보디빌더[body-builder]이다, 마침 벽면을 수놓응 십우도(十牛 圖 ) 혹은 심우도(尋牛圖)가 눈에 들어온다. 심우도에 대해선 이야기한 바가 없으니 이참에 살펴보자. 십우도 혹은 심우도는 선종禪宗에서 존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선화禪畫로 뜻한다. 원류는 목우도라 하여 11세기초 청거선사(淸居禪師, 11세기 초)12장면이었다. 남조시대 보명선사(普明禪師)의 목우도 역시 10장면이었다. 12세기 송나라 곽암선사(廓庵禪師)의 십우도(十牛圖)가 전한다. 우리나라의 심우도는 곽암화상(廓庵和尙)이 저술한 정주양산곽암화상십우도송병서 鼎州梁山廓庵和尙十牛圖頌幷序라는 문헌에 근거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도 곽암화상의 십우도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1. 심우(尋牛) : 자신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

    망다규초거추심(茫茶揆草去追尋) 우거진 풀 헤치며 소 찾아 헤매니

    수활산요로갱심(水闊山遙路更深) 강은 넓고 산은 멀고 길은 더욱 험해라

    역진신피무처멱(力盡神疲無處覓) 힘을 다해 애써 찾아도 찾을 길 없건만

    단문동수만선음(但聞桐樹蟬吟) 늦가을 단풍 숲엔 매미소리만 들리는구나.

    2. 견적(見跡) :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단계

    수변임하적편다(水邊林下跡偏多) 시냇가 나무밑 발자국 널려 있는데

    방초이피견야마(芳草離披見也麽) 풀이 우거져 보느냐 못 보느냐

    종시심산갱심처(縱是深山更深處) 아무리 산이 깊고 또 깊다 할지라도

    요천비공즘장타(遼天鼻孔怎藏他) 요천의 비공이 어찌 딴 데 있으랴.

    3. 견우(見牛) :  소를 발견하는 단계

    황앵지상일성성(黃鶯枝上一聲聲) 꾀꼬리가 나무 가지에서 꾀꼴꾀꼴 우니

    일난풍화안유청(日暖風和岸柳靑) 따뜻한 봄바람에 언덕의 버드나무는 푸르다.

    지차갱무회피처(只此更無廻避處) 여기서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데

    삼삼두각화난성(森森頭角畵難成) 저 멀리 뵈는 소 모습 그림으로 그릴 수 없어.

    4. 득우(得牛)  ;: 소의 고삐를 잡다

    갈진정신획득거(竭盡精神獲得居) 마음속에 있는 소를 보았으니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심강력장졸난제(心强力壯卒難除) 소는 기회만 있으면 도망치려 한다.

    유시재도고원상(有時纔到高原上) 이 경지를 선종에서는 견성(見性)이라 하는데

    우인연운심처거(又人煙雲深處居) 때로는 자욱한 구름속으로 들어가기도 하네.

    5. 목우(牧牛) : 야성을 길들이다

    편색시시불리신(鞭索時時不離身) 채찍과 고삐를 여이지 않네

    공이종보입애진(恐伊縱步入埃塵) 행여나 저 걸음이 애진에 갈세라

    상장목득순화야(相將牧得純和也) 이제는 서로가 순화해졌으니

    패쇄무구자축인(覇鎖無拘自逐人) 고삐를 안 잡아도 스스로 따르리.

    6. 기우귀가(騎牛歸家) : 집(자기자신)으로 돌아가는 단계

    기우이리욕환가(騎牛泥犁欲還家) 소타고 흔들대며 돌아오는 길에

    강적성성송만하(羌笛聲聲送晩霞) 피리 불어 늦은 안개 보내는구나

    일박일가무한의(一拍一歌無限意) 한 곡조 한 가락에 한없는 뜻을

    지음하필고순아(知音何必鼓脣牙) 누가 알아주랴 나 홀로 즐길 뿐.

    7. 망우존인(忘牛存人) : 소는 잊었으나 사람만 있는 불박법박(佛縛法縛)의 단계

    기우이득도가산(騎牛已得到家山) 소를 타고 내 집에 돌아오고 보니

    우야공혜인야한(牛也空兮人也閒) 소는 이미 없어지고 사람 또한 한가롭다.

    홍일삼간유작몽(紅日三竿猶作夢) 해 뜨도록 늦잠 자고 눈을 떠보니

    편승공돈초당한(鞭繩空頓草堂閒) 채찍 고삐 쓸 때 없이 초당 간에 남아있구나.

    8. 인우구망(人牛俱忘) : 소는 물론 사람도 잊는 대오(大悟)의 경지다.

    편견인우진속공(鞭牽人牛盡屬空) 채찍 고삐 사람 소 모두 잊으니

    벽천요활신난통(碧天遼闊信難通) 텅 비어 말과 뜻이 통하지 않네.

    홍로염상쟁용설(紅爐焰上爭容雪) 타오르는 불꽃 속에 어찌 눈을 넣을꼬.

    도차방능합조종(到此方能合祖宗) 이제야 바야흐로 조종에 합하도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 본래의 모습(근원)으로 돌아가다

    반본환원기비공(返本還源己費功) 본래 근원에 돌아온 걸 공연이 애썼구나.

    쟁여직하약맹롱(爭如直下若盲聾) 차라리 눈 멀고 귀 먹었던들

    암중불견암전물(庵中不見庵前物) 집앞에 물건을 왜 보지 못했던고

    수자망망화자홍(水自茫茫花自紅) 물은 절로 흐르고 꽃은 절로 피어있네

    10. 입전수수(立廛垂手) : 중생제도의 길​​

    노탈선족입전래(路脫跣足入廛來) 가슴을 헤치고 맨발로 저자에 드니

    말토도탄소루시(抹土塗炭笑漏腮) 흙과 재를 덮어 써도 웃음은 볼에 가득 하네.

    불용신선진아결(不用神仙眞我訣) 신선에 참 비결이 무슨 소용 있으리.

    진교고목방화개(眞敎枯木放花開) 곧 바로 마른 나무에서 꽃을 피게 하다.

     

    대웅전 좌우의 두 그루 배롱나무는 여러 개의 줄기가 굽어 있고 가지가 무성하다. 내원사(內院寺) 는 대전 서구 도마동 도솔산(兜率山, 207m) 아래 태고종계 조그만 전통사찰이다.  배롱나무가 유명하다. 사찰 입구에 충주박씨 재실이 있고, 도솔산 정상은 대전시문화재자료 55호인 백제시대 보루(堡壘)가 있다. 보루는 적군을 막거나 치기 위해 흙이나 돌로 튼튼하게 쌓은 진지(陣地)를 뜻한다. 

     

     

    심우장(尋牛莊) / 한용운(1879-1944)

     

     

    잃은 소 없건마는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을 시 분명하다면

    찾은들 지닐 소냐

    차라리 찾지 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서울 성북구 소재한 심우장(尋牛莊)은 만해 한용운이 1933-1944년에 거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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