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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단딱정벌레 Coptolabrus smaragdinus
    동물 Animal/딱정벌레 beetle 2020. 7. 12. 21:08

    산 녀석과 죽은 녀석을 동시에 만났다. 작년에는 로드킬을 만났었지. 홍단딱정벌레 Coptolabrus smaragdinus Fischer-Waldheim, 1823 몸길이는 30~45mm, 딱지날개의 색깔은 녹색에서 적갈색, 구리색, 빨간색, 파란색까지 다양하다. 몸은 붉은 색이고 광택이 나며 땅을 빠르게 기어 다니며 사냥한다. 친척으로 멋쟁이딱정벌레, 멋조롱박딱정벌레 등이 있다. 제주홍단딱정벌레와 진홍단딱정벌레 등은 한국 고유아종이다. 보문산.

    홍단딱정벌레 ktk84378837.tistory.com/8935 ktk84378837.tistory.com/9180

     

     

    바이올린딱정벌레[Violin Beetle] / 류시화

     

    나는 바이올린딱정벌레이다

    사람들은 나의 홀쭉한 머리와 가슴, 그리고 배에 붙은

    넓은 딱지날개의 모양과 색을 보고

    그런 멋진 이름을 붙였다

    거기에 색깔까지 비슷해

    누가 봐도 바이올린 형상 그대로이다

    하지만 나는 음악을 연주하지는 않는다

    머리 끝에서 방향과 먹이를 가늠하는

    더듬이가 지휘봉은 아니며

    길고 가느다란 다리가 바이올린 활도 아니다

    그저 한 마리 딱정벌레로 살아갈 뿐

    내가 왜 이런 생김새로

    이곳에 존재하는지

    나무껍질에 달라붙어 잠깐씩 의문에 잠기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멋모르고 다가오는 작은 곤충을 덮친다.

    가끔은 나도 소리를 낸다

    나무에서 떨어져

    몸이 거꾸로 뒤집히기라도 하는 날이면

    당황을 넘어 공포가 밀려온다

    딱정벌레들의 세계에서

    등을 아래로 하고 누워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재앙

    다른 딱정벌레들이 내 둘레에 모여

    절망적이라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파란 하늘 아래 뒤집힌 채

    편평한 몸을 다시 뒤집기 위해 나는

    세 쌍의 갈퀴 달린 다리 버둥거리며

    안간힘의 신음 소리를 내지른다

    고통은 나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킨다

    딱딱한 껍질 안에 있지만

    나는 홑겹의 영혼

    만약 웃음이 실제로는 눈물이라면, 또 만약

    눈물이 실제로는 웃음이라면

    혹시, 날개 안쪽에서 울려퍼지는

    그 필사적인 외침 때문에

    바이올린딱정벌레라고 불리게 된 것이 아닐까

    현을 가르는 듯한 불협화음의 절규 때문에

    아무도 애도해 주지 않는 태양 아래

    가련한 몸짓 때문에

    나는 한 마리 밤색 바이올린딱정벌레

    아무런 소동도 없었다는 듯

    고단한 생을 마치고

    다리를 단정히 오므리고서 정지하면

    당신은 나의 마지막 연주를 들으리라

    가을바람 속 껍질 부서지는 소리를

    몸 바스라지는 소리를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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