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삼일절의 외출
    초목류 wild flower/종합세트 synthesis 2020. 3. 2. 23:25

    노루귀

     

    현호색

     

    애기괭이눈

     

    산솔이끼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앉은부채

     

    버섯

     

    대둔산 태고사계곡.

     

     

    야생화 출사(出寫) / 박설희

     

     

    북사면의 계곡을 따라 비탈을 오른다

    돌 틈, 나무 밑동, 낙엽 아래, 안력을 돋우며

    봄이 생산해낸 노다지를 찾는다

    모데기마을에서 처음 발견된 희고 부드러운 다섯 개의 꽃잎을

     

    땅바닥에 몸을 밀착시킨다

    흔들리는 것이 자신인지 꽃인지

    수면 아래 물고기를 어둠 속에서 낚아채듯이

    호흡을 멈춘다, 셔터를 누른다

    속눈썹 길이만 한 꽃술을, 꽃술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사물의 그림자를 보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가

     

    한 송이 야생화와 거기에 어린 빛을 잡아내겠다고

    자그마한 것들에 온몸을 내던지기까지

    지층을 뚫고 올라온 여린 줄기

    한 잎의 우주를 불러세운다

    나비보다 먼저, 나비같은 날개를 달고

    팔랑거리며 금세 날아오를 것 같은 것들을

    수증기 움켜쥐고 천상의 나팔을 부는 것들을

     

    꽃에 무릎을 꿇는다

    눈이 얼었다 녹은 물이 이끼를 키우고

    그 이끼에 뿌리를 내린 모데미꽃

    찬바람에 맞서 꽃을 피운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태백바람꽃, 들바람꽃

    도르르 말린 채 드릴처럼 상수리 낙엽을 뚫은 얼레지 잎

    저 잎은 제 부피를 키워 낙엽을 쪼갤 것이다

     

    고양이처럼 포복하고 자벌레처럼 몸을 접었다 펴는 사이

    까악거리며 까마귀가 순찰을 돌고

    꽃술 그림자까지

    나비 그림자까지

    한 번의 이미지를 훔치는 것 외에 어떤 욕심도 없으므로

    순결하다 믿으며

     

    일생의 노역에서 벗어난

    머리 희끗한 야생화들이 흙투성이 발로 비탈을 기어오른다

    '초목류 wild flower > 종합세트 synthe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31일  (0) 2020.03.31
    동네 한 바퀴  (0) 2020.03.20
    꽃보다 열매  (0) 2019.10.04
    계족산  (0) 2019.06.09
    6월을 여는 마음1  (0) 2019.06.04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