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버섯 Astraeus hygrometricus

 

 

보문산.

 

 

먼지버섯 puff balls. 학명 Astraeus hygrometricus. 먼지버섯과. 문어다리를 연상시키는 먼지버섯. 자실체의 지름은 2-3㎝로 처음엔 편평한 구형으로 반이 땅속에 묻혀 있으나 성숙하면 두껍고 단단한 가죽질인 외피는 7-8개의 조각으로 쪼개져 바깥쪽으로 뒤집히고, 내부의 얇은 껍질로 덮인 공 모양의 주머니를 노출한다.  주머니 속에는 포자가 가득 차 있으며 꼭대기의 구멍에서 포자를 날려 보낸다. 외피는 별 모양으로 갈라진다.  식장산.

먼지버섯 http://ktk84378837.tistory.com/4944 http://ktk84378837.tistory.com/7061 꼬마방귀버섯 http://ktk84378837.tistory.com/5910

 

 

먼지버섯 / 박서영

 

 

바람이 먼지의 세계를 만들지

버섯종균은 긴 의자 위에 한 송이 먼지버섯을 피웠다

일요일의 행복한 느낌으로

버섯의 수명을 기록할 순 없다

저 의자 위의 잠이 나른하고 평화로워 보여도

한때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녔던 몸

바람이 불면 불수록 먼지는 날아와

더욱 단단하게 쌓이게 되지

북쪽 꽃밭 의자 위에 피어있는 남자

한 송이 먼지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그의 버섯재배법은 먼지를 끌어 모으는 것

몸 안에 가득 먼지를 쌓아두었다가

당신이 지나갈 때 팡, 터뜨리는 것

그렇게 날아간 먼지의 포자들이 세상의 수명을 기록 한다

오래 비워둔 집안의 가구들과

사랑이 끝난 당신과 나 사이에 먼지버섯이 피어있다

작은 결별에도 푸욱 꺼져버릴 몸

당신과 내가 앉았던 낡은 의자는

햇살이 어룽대는 꽃밭의 북쪽에서 노숙중이다

살금살금 그 옆을 지나가던

회색 쥐 한 마리가 야옹 하는 일요일

울음의 색이 변하는 순간이다

 

 

계간 『시와 사상』 2010년 겨울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