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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쓸한 여관 골목
    기타 etcetera 2015. 9. 7. 13:35

     

     

     

     

     

    지금은 선화로로 바뀌었지만 예전에 이곳 정동과 중동10번지를 지나려면 겁이 덜컥 났었다.

    대전이 직할시로 떨어져 나가기 전에는 영동 보은 옥천 금산 논산 태안 안면도 사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녀석은 보은에서 올라온 고3라고는 해도 건장한 더꺼머리였다.

    점심 먹고 느지막이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내려 큰길 마다 하고 골목길을 지나는데 총각, 좀 쉬었다 가요.

    손에 이끌려 들어간 방에는 그만한 계집애가 하나 있었는데 어둑한 불빛 아래서도 낯이 익었다.

       기억을 끄집어내 따지고 따져보니 초등학교 동창이었으며 자초지종을 듣고나니 기사도정신이 살아났다.

    이후로부터 녀석은 계집애를 구출해낼 방법을 궁리 하다하다 제 힘으로는 어림칠푼어치도 없음을 알고 담임인 내게 털어놓았다.

    낸들 뾰족한 수가 있는 장총찬도 아니어서 네가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 먼저 여자 아이의 부모에게 알려라. 

    이 때만해도 김홍신의 '인간시장'인가가 요즘말로 대박이 나서 이와 유사한 뒷골목 삶의 아픔에 공감하고

    시회정의감이 불타오를 때인지라 힘은 나약하지만 정의가 승리하는 소설이나 영화 같은 스토리에 심취되어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2학기가 되었고 졸업을 하고 진학지도를 하느라 유야무야 지나가고 그 녀석도 더 이상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여길 지날 때면 녀석이 생각나는데 예전에도 그랬을 노파가 따뜻한 방이 있으니 쉬었다 가라고 여지없이 한 마디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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