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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농가기타 etcetera 2014. 6. 17. 22:00
시골집텃밭.
똥장군 / 정군수
제왕의 식탁에서
권능의 혀를 핥아주던
황금 술항아리보다 너는 위대하다
냄새나는 주둥이에서
썩고 썩은 오욕이 쏟아져 나올 때면
대지의 가슴팍에서는
사람의 꽃이 피어나지 않았던가
술항아리에서 건져 올린 언어들이
단죄의 칼날이 되어
무죄한 머리 위에서 번뜩일 때
너는 뱃속에다 똥오줌 가득 담고
가난한 지게에 얹혀 산비탈 오르내리며
식솔과 더 가난한 이웃들의
목숨을 이어주지 않았던가
역겹고 더러운 냄새 살 속을 흘러
너와 한 빛이 되었구나
닦아도 닦아도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너와 우리의 하늘이 네 안에 있어
똥장군의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출전 : 눈물이 말라 빛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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