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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산.
솟대 / 마경덕
어쩌다 드넓은 허공의 배경이 되었을까
공중은 그를 거부하고
그는 정물이 되었다
머리위로 흘러가는 구름은 인질로 잡힌 적이 없다
입체적인 하늘은 구름과 새 떼를 날려 여백을 채우고 노을을 풀어 허공을 채색한다
지루한 허공은 여러 장의 배경이 필요하다
볼모야, 볼모야
지나가던 바람이 그를 놀린다
붙박이 나무새,
평생 하늘로 머리를 둔 나무의 유언이 저곳에 매달렸다
나무의 친족인 목수木手는
새를 빚어 하늘 가까운 곳으로 죽은 나무를 올려 보냈다
생전의 기억으로 잠시 나무 끝이 축축하다
바람이 달려와 울음을 지우고
벙어리새는 다시 정물로 돌아간다
계간 『착각의 시학』 2013년 여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