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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끝마을
    기타 etcetera 2007. 8. 25. 23:27

     

    역시 간만에 보는 땅끝마을이다.

    예전에는 마을이란 게 없었고 당연히 전망대도 없었다.

    물이 빠져나가면 달랑 저 배 앞에 보이는 바위와 그 위의 소나무가 해풍에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습만 있었다.

    디지탈사진이 활성화되면서 여기저기 사이트마다 그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 모습이 장관으로 올라온다.

    꼭 찍고싶은 장면이었는데 벌건 대낮에 구슬같은 땀방울만 뿌려대고 지나치자니 쫌 억울하다.

    전망대 세워진 산은 걸어서 20분인 높이인데 관광산업이 뭐라고 거기다 모노레일까지 설치했다.

    걷기 싫어하는 현대인이야 감샇겠지만 경관을 버려 안타깝다.

    편리라는 명분에 3천 원이 뭐 아까우랴 하겠지만 다들 돈의 노예가 되고 만다.

    청계천을 막을 때는 도시발전시킨다고 막아놓고 기껏 몇 십 년 지나 복원시키느라 시민의 세금을 낭비한다.

    대전천의 홍명상가며 중앙데파트도 지을 때는 몰랐던가 이제 와서 복원하겠단다.

    2,3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도시계획이 어디 있단 말인가.

    온갖 요설로 지역발전이니 편리함이니 떠들 때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이해관계를 떠나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이런 어리석음 언제나 막음할 수 있을까.

    인간이 존재하는 인간 세상인 한 어림 턱도 없겠지...







     

     

    땅끝  /  윤금초

     

    반도 끄트머리

    땅끝이라 외진 골짝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갈잎으로, 밤이슬로

    사쁜 내린 섬의 새는

    흰 갈기, 날개 돋은

    한마리 백마였다가

    모래톱

    은방석 위에 둥지

    트는 인어였다.

     

    상아질(象牙質) 큰 부리에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동 타고

    미역 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겨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궁문(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긴

    적요를 끌고

    훠이, 훠이, 날아간 새여.

     

     

    * '2003년 <유심> 여름호' 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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