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문경 가은역(加恩驛)
    문화 culture/역사 전통 history tradition 2007. 11. 6. 12:00

     

     

    문경시는 개발 논리에 밀려 철거 위기에 처해 있던 가은역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304호로 보존하고 있다.석탄을 캐던 1960-70년대에 가장 흥청거렸다던 가은에는 석탄박물관과 연개소문 촬영지가 있어 차며 사람이며 뒤범벅이다.우리나라 문화재 관리는 허술할 데가 이를데 없어 대문 철컥 잠궈 문틈으로 엿보다 나오는게 일쑤다.여긴 그럴 수 없으니까 개방은 했겄다.근데 안은 도둑이 들어 털린집인양 잡다한 물건이 제멋대로 널부러져 있고 거미줄이 치렁거리고 먼지는 펄펄 난다.주변은 쓰레기더미요 철로변은배추도 심고 콩도 심고 아예 경작지다.그래 분노와 억울과 실망을 가득 안고 겉만 봐야 했다.개방을 하면 이러니까 어디든 철컥 자물쇠를 채우는거다.노래를 부르던 간이역 가은였는데 아내와 화서까지 왔을 때 왜 여길 생각을 못했지?가슴으로는 곽재구의 서정시 사평역에서를 떠올리고 머리로는 임철우의 사평역을 그리면서 나는 서러웠다.

     

    문경 가은역은 1955년 9월 석탄공사 은성광업소의 명칭을 따라 은성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며 1959년 2월 가은역으로 명칭을 바꿨다. 번성하던 석탄 산업의 쇠락의 길을 걷게되면서 1995년 은성광업소가 문을 닫았고 가은역도 간이역이 됐고 2004년엔 폐쇄됐다. 해방 뒤 건축된 목조건물로써의 철도사적 가치와 석탄산업의 산물이 돼 2006년 국가등록화제 제 304호로 지정돼 보존됐다. 가은역은 건물을 정취를 살려 카페 가은역으로 새로 태어났다. 문경 가은역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룹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문화 culture > 역사 전통 history tradi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크래프트 StarCraft 결승전  (0) 2007.12.17
    겨울의 보문산성(寶文山城)  (0) 2007.11.26
    금강의 아름다움  (2) 2007.10.16
    체험 프로그램  (2) 2007.10.16
    700미터 인절미  (0) 2007.10.16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