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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체투영관-
    기타 etcetera 2009. 3. 17. 15:48



    전시관 뒤쪽으로 보이는 둥근 돔이 바로 천체투영관이다.

    지름 25m 의 최신제품이다.

    여기서 우주여행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람한 천체는 중앙과학관에서 보던 진부한 장면이 아니었다.

    지구에서 출발한 우리는 6천억 개의 별들로 구성된 태양계를 넘어 1천억 개의소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참으로 왜소한 인간이요 태양계라고 해봤자 한 개의 점으로도 나타낼 수 없는 바에야 무슨 말이 필요할까.

    .

    여기서 <워낭소리>를 관람했다는 건 믿기지 않는 얘기다.

    회의실에서 상영하기로 했는데 빔프로젝트 연결이 여의치 않자 갑작스레 천체투영관으로 옮겼다.

    천체투영관에서 반쯤 드러누워 영화를 다 보다니이는 역사상 최초의 일이 아닌가 싶다.

    <워낭소리>는 겨울 방학 때부터 아내를 동반해 보기로 했던 영화였다.

    가자 가자 노래를 불러도 말이 일심동체지 영화 한 편 보는 일도 맞추질 못했다.

    조조를 보자고 했는데 아점(아침겸 점심)을 먹고는 시간이 나지 않았따.

    결국은 오늘날까지 못보던 영화를 이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

    <워낭소리>는 경상도 봉화의 팔순 농부 최원균씨와 아내 이삼순과 마흔 살 먹은 그의 소에 관한 삶의 이야기다.

    다튜영화의 쟝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인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이다.

    이 소는 최노인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는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른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다.

    그러던 어느 봄, 최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는다.

    소는 땅에 묻고 최노인도 죽음을 기다린다.

    갑갑하고 미치고 환장할 고집불통의 미련곰탱이 같은 삶이다.

    소의 영혼과 사람의 영혼이 하나되는 워메 징한 소리다.

    60년대를 가난과 살아온 농사꾼과 그 자식들의 눈시울을 적실만 하다.

    젊은 감독 이충렬이 이런 감흥을 불러 일으키다니 참 장하다.

    에필로그 자막이 뜨는데도 누구 하나 좌석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다.





    과천 국립중앙과학관.


     

    워낭소리  /  이문조



    어릴 적
    뒤산에 소 먹이러 가면

    소이까리(고삐)
    뿔에 감아
    산에 올려놓고

    연못에서 멱감고
    감자 서리해서
    구워 먹고
    비석 치기 땅따먹기 놀이 하며
    정신없이 놀다 보면

    해는 서산에 걸렸는데
    소는 어디 가고 없고

    다급한 마음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소 찾아 헤맬 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청아한 워낭소리
    반가움에
    왈칵 눈물이 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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