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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루메리아 Plumeria rubra
    초목류 wild flower/협죽도과 Apocynaceae 2022. 8. 9. 14:36

    플루메리아 Plumeria rubra, 협죽도과 플루메리아속 소교목. 높이8m.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꽃은 흰색 노란색 붉은색으로 피며 관상 외에도 섬유향첨가제, 의류방향제, 향수에 사용된다. 임질, 류머티즘을 치료하고, 습포제로 쓰인다. 변종으로 플루메리아 아큐티폴리아(P. rubra L. var. acutifolia)와 흰색 꽃이 피는 플루메리아 알바(P. alba)가 있다. 플루메리아 알바(Plumeria alba)는 라오스의 국화(國花)이며, 라오어로 '참파(Champa)'라고 한다. ​ 독참파라고 하는데 독은 꽃 즉 참파왕국의 꽃이었다. 17세기 프랑스 자연과학자인 샤를 플루미에(Charls Plumier)가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아 남미를 여행하던중 발견하였다. 마릴린 먼로가 사랑한 향수 샤넬NO.5의 원료였다나! 한밭수목원

    라오스 교민카페에서 독참파 4종을 소개하고 있다.

    1. 흰색 참파(참파 카오)

    옛날이야기에 따르면 참파꽃은 라오스 최초의 통일국가 란쌍왕국 초기부터 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수세기에 걸쳐 재배되었다다. 꽃의 모양은 둥글고 5장의 팬처럼 생긴 꽃잎을 가지고 있다. 꽃잎의 테두리는 흰색이고 중심 부분은 밝은 노란색이다. 꽃들은 한다발로 모여 있으며 이 작은 다발들을 중심으로 줄기에 모여 다시 커다란 무리를 이루며 한 가지에 대략 20-50송이 정도의 꽃들이 모여 핀다. 라오스의 국화로 존중을 받는 꽃이며 다른 참파와 달리 열매를 맺지 않아 재배하기가 편리하다.

    2. 붉은색 참파(참파 댕)

    핑크에 가까운 꽃들이 더 많은 이 붉은색 참파는 흰색 참파와 비슷해 보이나 잎이 더 많고 약간 더 짧다. 꽃봉오리 수는 비슷하다. 꽃은 연중 볼 수 있으며 물소의 뿔처럼 보이는 열매를 맺는데 10-20개의 낱개로 이루어져 있다. 열매를 모종으로 쓸 수도 있고 가지를 잘라 삽목한다. 루앙프라방, 비엔티안, 사바나켓, 팍세처럼 대도시에서만 볼 수 있다. 영명은 frangipani

    3. 노란색 참파(참파 르앙)

    줄기가 3-4미터 자라나며 흰색 참파나 붉은 참파에 비해 꽃잎이 훨씬 더 짧다. 꽃의 색은 연한 노란색이고 4월에 개화한다. 루앙프라방과 비엔티안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가지를 잘라 삽목한다. 기후는 더워야 하며 늪지대에서는 기를 수가 없다.

    4. 눈물의 참파(참파 라톤)

    키는 3-4미터까지 자라며 둥근 모양의 잎은 짧지만 훌륭한 그늘을 제공해 주며 상록성이다. 꽃의 색은 완전한 흰색에 가까우며 둥글고 긴 꽃잎은 5장이다. 꽃과 잎이 모두 아래를 향하고 있고 무더운 곳에서 빨리 자라며 건조한 기후에서는 자라는 속도가 느리다. 꽃잎에 상처를 주면 피처럼 붉은빛의 액이 나오므로 이 꽃을 신성히 여겨 집 주위나 평범한 장소에는 심지 않는다. 메콩강 주변에서는 죽은 자에게 바치는 꽃으로 여겨 눈물의 꽃이라 부른다. 이 눈물의 참파꽃 밑을 지나게 되면 불운이 온다는 미신도 전해진다.

    1942년 참파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참파 므앙라오' 는 한국의 아리랑처럼 라오스의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https://youtu.be/SleSWWChPSo

     

    챔파꽃 / 박금아

     

    미얀마 중부 아웅반 근교의 시골병원에서였다. 엔지오 활동을 하는 의사를 만나러 간 길이었다. 키 큰 꽃나무들이 기린의 목을 하고서 잿빛 하늘 속으로 고고히 꽃잎을 흩날리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도 꽃잎처럼 흩어져 있었다.

    담벼락 꽃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소녀가 눈에 띄었다. 열 살이나 되었을까. 무릎에는 동생인 듯한 여자아기를 안고 있었다. 두어 살 정도로 보이는 아기는 머리털이 다 빠지고 이마에는 수술 자국인 듯한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온 듯, 소녀는 진초록 치마에 하얀 셔츠를 받쳐 입은 교복차림 그대로였다. 자꾸만 눈길을 주는 소녀에게 씽긋 눈인사를 보냈다. 소녀도 살짝 웃었다. 약속시간을 기다리며 소녀에게로 다가가 보았다.

    흘레바람이 꽃송이를 흔들었다. 가지 끝에 달린 꽃송이들이 나무들의 눈망울 같았다. 커다란 눈알을 떼굴떼굴 굴리며 사방을 둘러보는 모습이 이방인인 나를 쳐다보는 소녀의 눈동자를 보는 듯했다.

    소녀의 어깨 위에도 꽃송이가 내리고 있었다. 진한 향내가 났다. 치자 향과 재스민, 라벤더 향을 섞어놓은 것 같았다. 고갱의 '타히티 여인'들이 머리와 목에 걸고 있는,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향내가 느껴지던 꽃이었다. 태평양 섬나라의 무희들이 춤출 때 머리와 귀에 꽂고 있던 그 꽃이었다. 손가락으로 꽃을 가리키며 눈을 맞추자 뜻을 알아차린 소녀는 "데어스꾸뻰!"하고 불러 주었다. 나는 꽃송이를 올려다보며 "데어스꾸뻰!"하고 불러 보았다.

    우리말 이름이 궁금했다. 중국에서는 지단화, 태국에서는 리리와디, 필리핀에서는 깔라츄치로, 미국에서는 풀루메리아, 러브하와이, 템플 트리로 부르는 꽃이었다. 라오스 국민들은 그 꽃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독참파'라는 이름을 지어 나라꽃으로 삼고는 땅에서만 보는 것으로 모자라 하늘에도 심어놓았다. 국영항공인 라오 항공기의 꼬리날개에도 그 꽃을 새겨두었다니.

    나라마다 고유한 이름이 있을 정도로 사랑을 많이 받는 꽃이지만 미국에서처럼 '플루메리아'로 불릴 뿐, 우리만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또 다른 이름이 있을까 찾다가 그 꽃이 인도사람들이 '챔파꽃'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흥분이 일었다. 먼 기억 속 그리움을 만났을 때의 감격이라고나 할까.

    내가 장난으로 챔파꽃이 되어서는/ 저 나무 높은 가지에 피어/ 바람에 웃으며 흔들리고/ 새로 핀 잎 위에서 춤추고 있다면/ 엄만 나를 알아보실까?/ 엄마는 이렇게 부르실 거야/ "아가야, 어디 있니?"/ 그럼 난 살짝 웃고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나는 살며시 꽃잎을 열고/ 엄마가 하는 일을 몰래 보고 있을 거야

    이렇게 시작되는 타고르의 시 '챔파꽃'에 나오는 꽃이 '데어스꾸뻰'이라니, 우리 말 이름이 없어 서운했던 나는 그 꽃을 '챔파'로 이름 지어버렸다.

    병원 건물을 훌쩍 넘어 피어난 꽃나무는 가지 끝마다 실한 꽃송이를 달고 있었다. 잔가지에 눈길이 머물렀다. 어린 새의 발가락 관절이 떠올랐다. 먹이를 구하러 떠난 어미 새를 기다리며 가지 위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을 아기 새의 모습이 그려졌다. 소녀의 치맛자락 아래로 드러난 정강이가 꽃나무의 잔가지처럼 가늘었다. 앙상한 발목뼈에서 돋아난 발가락도 아기 새의 발 같았다. 아기 새가 날았을 길과 소녀가 걸었을 길이 나뭇가지 위에서 만나 있는 듯했다.

    소녀가 궁금해졌다.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을 업고 온 것일까? 그렇다면 엄마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맨발로 얼마를 걸어 왔을까? 점심은 먹었을까? 아빠는?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나는 입으로는 "챔파! 챔파!"하고 되뇌고 있었다.

    꽃 이름을 부르다가 문득 알게 되었다. '챔파'라는 이름 속에는 ''이라는 들숨과 ''라는 날숨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숨을 가득 모아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꼭 닫아 '!'하고 멈춘 다음, 한순간에 '!'하고 뱉어서 내는 소리다. ''을 보고 있으면 허공을 딛고 오르는 사다리가 생각나고,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건너기 위해 다리를 모으고 있는 새가 떠오른다. ''는 자음 ''이 모음 ''를 만나서 내 속에서 한 번도 발음되어지지 않은 채로 존재하는 원시의 숨을 몸 밖으로 끌어내는 소리다. '!'하고 숨을 뱉는 순간에 심장이 열리고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챔파!"하고 부르면 챔파꽃도 동그랗게 눈을 뜨고 "챔파!"하고 응답할 것만 같다. 나의 날숨이 나무에게로 전해져 들숨이 되고, 나무의 날숨 향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도 한 그루 챔파나무가 될 것 같다.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내가 챔파꽃이 되고 챔파꽃이 나로 될 수 있다면. 최고 향수를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는 꽃. 모든 만남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샤넬 넘버 파이브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향기로울까.

    의사는, 소녀가 일을 나간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을 업고 일주일에 한 번씩 두 시간을 걸어 병원으로 온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다섯 살이 되었다는 동생은 심한 뇌신경 장애를 안고 태어났으나 두 달 전에야 후원자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완치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나 있었다. 소녀는 챔파나무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아기는 소녀의 등에서 잠이 든 모양이었다. 소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아직?'하고 홉뜬 눈으로 물어보았다. 소녀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눈으로 가리키며 설핏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다시 '아직도?'하고 다그치듯 미간을 찌푸리자 이번에는 큰 웃음을 보여주었다. '괜찮아요. 조금만 기다리면 돼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기다림을 다 배워버린 듯, 오히려 나를 달래주는 눈망울이 미안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얀마의 비는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후두둑' 쏟아진다. 꾹 참고 있었던 눈물이 터지듯. 챔파 꽃잎도 그렇게 내렸다. 소녀가 비를 그으며 병원 건물 안으로 달음박질해 들어 왔다. 맨발에 달라붙은 꽃잎에서 진한 꽃내음이 났다.

    출전 https://jaemisupil.com/recommend_articles/3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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