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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이 Pseudotorynorrhina japonica
    동물 Animal/딱정벌레 beetle 2023. 7. 27. 22:20

    어릴 적 기억으로는 풍뎅이인지 풍인지는 모르겠지만 잡아서 모가지를 백팔십도 홱 비틀고 등딱지가 마룻장 바닥을 향하도록 뒤집어 놓고는 주변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아랫마당 쓸어라 윗마당 쓸어라'며 장난을 치고 히히덕거렸다. 올해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한 충북 옥천 출신의 송진권시인이 그런 경험을 시로써 멋지게 노래했다.

    풍이 Pseudotorynorrhina japonica, 풍뎅이와 풍이는 색깔과 크기가 비슷비슷하며 몸이 광택도 비슷하다. 풍뎅이는 딱정벌레목 풍뎅이과의 곤충이다. 풍이는 풍뎅이과 풍이속의 곤충이다. 네이버지식배과에는 꽃무지과로 분류한다. 풍뎅이는 딱딱한 앞날개를 벌린 상태로 날아가고 풍이는 딱딱한 앞날개를 접은 상태로 날아간다고 차이점을 설명하는데 일반인으로서는 난감할 뿐이다..갑천

     

     

    풍뎅이 놀이 / 송진권

     

     

    얼마를 잤는지 모릅니다

    창문을 지나온 햇빛이 어두운 방에 환하게 길을 냅니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없고

    윗목에는 보자기 덮어놓은 밥상이 있습니다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밥상

    목구멍까지 차오른 허기가 꾸역꾸역 밥을 먹습니다

    마당귀 분꽃이 벌고 널어놓은 풀냄새가 그득합니다

     

    탁탁탁탁

    풍뎅이가 날아와 처마 백열들을 때립니다

    전등갓에 부딪혀 떨어집니다

    채 집어넣지 못한 날개가 삐죽합니다

    다리를 떼어내고 목을 배배 꼬아

    마당에 내려놓습니다

     

    아랫마당 쓸어라

    윗마당 쓸어라

     

    빙글빙글 맴을 돌며 풍뎅이가 마당을 씁니다

    햇빛이 저만치 물러나고

    점점 별들이 돋아납니다

    풍뎅이가 둥글게 둥글게 마당을 쓸어나가다 하늘에서 맴을 돕니다

     

    아랫마당 쓸어라

    윗마당 쓸어라

     

    별들이 둥글게 모퉁이로 쓸려나갑니다

    아직은 그렇게 어두워지지 않았습니다

     

    -시집 <원근법 배우는 시간> 창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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