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 시사랑꽃사랑

대청호 Daecheongho Lake 2017. 11. 24. 00:32

테크에 눈발이 떨어질 때만 해도 함박눈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동심이 살아나는 줄 알았다...

고개 숙인 억새밭에도 벌거숭이 나무에도 바람이 몰아치면서 살아나려던 동심은 아쉽게 작별하고 그냥 첫눈의 세계로 빠져든다

시위대 이파리에도 첫눈이 이쁠만큼 가볍게 내렸다

기온변화에 용왕이 놀랐을까 허연 안개를 뿜어올려 세상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려 한다

물속에 잠긴 버들잎은 갑작스레 찾아온 겨울에 당황한듯 사시나무 떨듯 떨고

물안개를 연기로 착각해서일까 놀란 물오리가 어디선가 날아올라 먼길을 떠난다, 오리도 날 줄을 아는구나.

수그령이 눈 무게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허리를 휘였다. 사람만 고개를 빠딱 쳐든다.

가늘고 긴 것은 오래 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눈에도 거센 바람에도 추위에도 저리 꼿꼿한 도깨비바늘.

내리면서 녹는 눈이라 먼지 가라앉을 만큼 곡선길임을 알리는 시늉만 내었다

족제비싸리가 저도 콩과식물이라고 콩꼬투리를 무슨 장식이라도 되는양 치렁치렁 매달았다

간버섯인가?

왼쪽엔 화살나무가 열매를 빨갛게 물들였고 오른쪽은 마지막일듯 싶은 단풍이 혼신을 다하여 붉은 체액을 뿜어내고 있다

허브를 대표해 지고지순한 자존심을 지켜내겠다는듯 긴병꽃풀은 아직 향기롭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무시무시한 쇠날개 예초기에 싹뚝 잘려나갔던 허리가 아물자 최후의 본능을 피워내는 쑥부쟁이의 거룩한 생명의지.

꼬마요정컵지의는 비바람에 노출된 화강암 뿐만 아니라 오랜 고목에다 뿌리를 내리기도 한다

엽상지의는 무덤을 지키는 망주석(망두석, 촛대석) 머리 위에 화강암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구멍버섯은 불에 타 죽은 소나무의 골짝에다 벽화예술을 하기로 했다

자연의 주검은 어떠한 경우에도 아름답고 거룩하다

백제시대 흔적만 남아 있는 마산동산성까지 올라와 석탑을 쌓아올린 누군가의 정성은 참으로 갸륵하다

주검이 만들어내는 현상은 대상을 불문하고 곳곳에 펼쳐지는 설치예술이다

청미래덩굴의 열매인 명감은 겨우내 산짐승에게 혹은 등산객에게 무한한 생존의 에너지와 미적감각을 충족시켜 줄 것이다

엽총에 관통당했을 봉고트럭의 유리창에도 낙엽이 날아와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곳에 단풍이 매달려 무료로 인테리어를 해주었고 가끔 가다 바람이 몰려와 꺄르르거리며 함께 놀자 한다

사람의 온기가 있으면 이렇게 깔끔하다

추수가 끝난 진흙탕 속엔 하늘빛이 좋은 만큼 봄을 꿈꾸는 개구리와 미꾸라지가 두 눈만 뻐끔거릴 것이다

참 이쁘고도 묘하게 부풀어 올랐다. 부들 부들 부들이다.

하루 온종일 매여 있는 개들은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꼬리를 흔들고 짖어댄다. 반갑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첫눈을 만난 대청호 오백리길 추동에서 마산동산성까지.대청호오백리길 4구간.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 부소담악길 http://ktk84378837.tistory.com/6282 대청호오백리길 13구간 http://ktk84378837.tistory.com/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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