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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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봄풍경 landscape 2025. 3. 19. 21:07
새벽부터 흩날리던 눈이 느지막히 일어났을 때도 쌓이고 있었다. 가까이 눈 내리는 고즈넉한 내원사 풍경이라도 담아볼까 하여 나갔더니 버스시간이 불규칙하다. 설중복수초를 만나러 갈까 엊그제 보아둔 새빨간 명감을 보러 갈까 머뭇거리다 포기하고 공원 주변을 얼쩡거렸다. 산수유, 회양목, 영산홍, 화살나무에 위에도 하얀 눈이 포실포실 쌓이고 땅에 떨어지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에 여기서 족하련다. 그런 나를 똥그란 눈의 부엉이가 똥그랗게 쳐다본다. 나도 젖고 너도 젖었다. 귀깃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부엉이다. 귀깃이 없으면 올빼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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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기 짝 없던 대보름 맞이풍경 landscape 2025. 2. 12. 21:26
아침 눈 맞고싶어 들어서는 골목길 알고서 뽀드득 뽀드득 함박눈 쌓이고점심 눈이 빗물되어 똠방똠방 떨어지니 진곳은 터벅여도 맑은 이슬 그립구나저녁 달아 높이곰 솟았구나 휘영청 둥싯한 얼굴은 백성의 희망꽃인가보름 전에 설밥이 배불리 내렸었지. 그새를 못참아 풍년이 오려고 대보름날 이 난리를 쳤을까?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오긴 하는 걸까? 온다. 이불 역할을 하는 눈은 대지의 냉각을 예방해주는 단열 효과가 있다. 눈은 질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대지를 풍요롭게 만드는 거름이 된다. 눈이 녹으면서 스며드는 물은 대지의 열을 앗아가면서 땅속에 서식하는 해충을 박멸한다. 벼가 잘 자라고 열매를 튼실히 맺게 하는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온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셈이다. 농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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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날 瑞雪일까?풍경 landscape 2025. 1. 28. 22:54
가막살나무자귀나무갑천도솔산명아주그믐달 동천(冬天) /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현대문학> 137호, 1966.5 그믐달 / 나도향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버리는 초승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온갖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보름에 둥근 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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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왕산(周王山)풍경 landscape 2024. 11. 9. 20:26
주왕산 내력이 길다. 높이 722.1m에 풍광이 뛰어나고 계곡이 깊다보니은둔자들과 선사가 많이 살았다 하여 대둔산(大屯山).바위로 둘러싸여 석병산(石屛山), 병풍산(屛風山).신라 선덕여왕 때 무열왕계의 김주원(金周元)이상대등 김경신(원성왕)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피신 와서 주방산(周房山).고려의 고승 나옹화상 혜근(懶翁和尙 惠勤,1320~1376)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주왕산.또한 진나라 때 복야상서를 지낸 주의의 팔대손(孫) 주도(周鍍)가 진나라를 재건하겠다고장안으로 쳐들어갔다가 패하여 신라의 석병산에 도망왔으나 마일성 상장군에게 토벌된 이후 주왕이 머문 산이라 하여 주왕산...길목에 대전사(大典寺)는 신라 문무왕(文武王) 12년(672)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며, 보광전(普光殿)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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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풍경 landscape 2024. 11. 3. 22:02
충주호의 명승은 제비봉, 신선봉, 강선대, 구담봉, 금수산, 채운봉, 현학봉, 옥순봉을 꼽는다. 요즘은 악어섬이 핫한데 몇 년 전에 촬영한 바 있다. 단원 김홍도의 '옥순봉도'가 전한다.옥순봉도. 단원 김홍도 작.충주호가 남고 청풍호는 사라지고 간판만 남았다고 선장이 아쉬워한다.강선대 아래에 두향(杜香) 의 무덤이 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선생이 48세에 단양군수로 부임했을 때 그 고을 관기(官妓)였던 18세의 어린 두향이 선생의 수발을 들었다. 두향은 선생의 인품에 감복해 흠모하였고, 퇴계 선생도 부인과 아들을 잇따라 잃었던 터라 공허한 가슴에 두향이를 옆에 두었다. 두향과 관계된 애틋한 여러 일화가 전해온다. 단양문화보존회에서는 해마다 시월 하순에 장회나루 일원에서 두향제를 지낸다. 두향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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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 운해풍경 landscape 2024. 10. 11. 21:44
대전 구봉산의 운해와 일출, 구름이 좀 탁하고 산만한 듯하지만 땀 흘린 상쾌함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노루벌의 누런 황금들판이 남아 있건만 기대만큼 밝은 색을 낼 수가 없어 아쉽다. 주왕산 운해 /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 1538~1593) 共憑西嶺望仙鄕 (공빙서령망선향) 서산 마루에 함께 올라 신선 고을 바라보니雲外千峯吐劍鋩 (운외천봉토검멍) 일천 봉우리 구름 위로 삐죽삐죽 드러나네願借惠連詩筆健 (원차혜련시필건) 바라는 건, 혜련의 훌륭한 시작 솜씨 빌려片時收拾入奚囊 (편시수습입해낭) 잠시 시주머니에 거두어 넣는 것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