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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찬바람대청호 Daecheongho Lake 2017. 11. 30. 22:12
엊그제는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척에 놀란 물닭이 아물거리는 거리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숲길은 언제나 호젓해서 머리를 상쾌하게 한다. 이 길만 해도 사람을 마주치기란 쉽지 않다.
낙엽송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끈질긴 녀석이다.
조팝나무는 다리는 푸르고 허리는 노랗고 머리만 빨갛다.
능성에 다다르니 따뜻한 묘지가 넓직하다.
묘지를 지키는 소나무 밑둥에는 깜보라노린재가 해바라기를 하러 엉금거리고
땅벌은 외부침입자에게 패션을 자랑하러 이리 빠지고 저리 뒹굴고 재주를 부린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찔레 열매가 눈을 준다.
그 눈길은 보석처럼 빛나는 좀작살나무에게로 옮겨졌다가
까마귀가 먹지도 않는 까마귀밥나무 찌그러진 열매에게로 옮겨졌다가
아직은 탱글탱글한 배풍등에게로 한참을 멈추었다가
저도 해바리기인양 해만 쳐다보겠다는 쑥부쟁이에 마지막 발길이 멈추었다.
렌즈에 들어오지 않으려는 키큰 녀석을 대각선으로 구겨 넣다보니 남산 위에 저 소나무만 철갑을 두른 줄 알았지 물박달이 이런 줄은 몰랐지?
메타세콰이어를 흉내보려 했나. 낙엽송이 군락을 이룬 사이로 햇살이 들었다.
깜짝이야! 팔등신 미녀가 보초를 서고 있는데 뜯어보니 80년대 건설의 역군 현대건설 안전모를 썼다. 사람 기척은 없으나 농막 주인은 유머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오늘은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이지만 지정된 운동날이라 채비를 단단히 했다.
꽃도 지고 열매도 다 떨어진 꽃향유는 발길 아래서 특유의 향을 푸석푸석 뿜어 올린다.
햇살 아래 드러난 칡덩굴의 아름다운 모습.
길이 막힌 음지 임도에 아직도 차연히 빛나고 있는 쑥부쟁이의 고고한 자태.
두릅나무를 조림한 가운데 노란 손수건을 흔들기에 갔더니 어린 튤립나무다. 하도 고와 한참을 함께 놀다 보니 거기 꼬마거미가 딱 붙어 있었다.
구비 구비 길도 참 아름답다. 돌고 돌다보면
요산여호정(樂山餘湖亭)에서 보는 대청호 최고의 풍광을 만날 수 있다, 대전문학관장을 역임한 박헌오 시인의 樂山餘湖 라는 시조가 걸려 있다.
바위절벽에 세운 팔각정 인근에는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 까악깍거린다. 까치는 적응력이 좋아 사람 가까이서 사는데 사촌지간인 까마귀는 속세를 멀리하는 부처님이다.
이름도 유머러스한 견두산성(犬頭山城)을 가려니 전봇대 밑을 지나가야 한다.
견두산성에서 보는 계족산성이다. 계족산성을 모성(母城)으로 하고 주위 여타 성(城)을 자성(子城)으로 하고 있다.
견두산성에서 언뜻 보이는 대청호는 숨어서 더 아름답다.
올라갈 때 안보이던 패랭이꽃도 보인다.
바짝 말라버린 영지버섯도 눈에 들어온다. 대청호는 이것 저것 다 감추어둔 보물창고이다.
카메라를 들고 내려오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셔터가 눌러졌고 명작은 이렇게 탄생하는 거다. 발아래 쌓인 낙엽이 이렇게 찍혔다.
1구간 http://ktk84378837.tistory.com/2461 대청호오백리길 2-6구간 http://ktk84378837.tistory.com/7355 http://ktk84378837.tistory.com/7358
대청호오백리길 3구간 http://ktk84378837.tistory.com/6769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 http://ktk84378837.tistory.com/5845 http://ktk84378837.tistory.com/7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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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餘湖 / 박헌오
고운산 신선한 길 절로 극락인저
푸른햇살 맑은 호수 사계절 아련한 화폭
억겁을 가꾼 절경에 장삼 벗어 내려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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