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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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雪花 Snow Flower풍경 landscape 2021. 1. 9. 20:02
눈꽃 / 박경리 느티나무에 실려 있는 앙증스럽고 섬약한 눈꽃들 포근포근한 눈밭에 폭폭 찍혀 있는 고양이 발자국 아아 좋타! 두 팔을 벌리는데 팔 내리는 순간 쓸쓸해진다 찬란한 눈꽃의 비애 갑천.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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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달아오른 입동(入冬)풍경 landscape 2020. 11. 7. 22:13
보문산사정공원 단풍나뭇길, 서서히 때깔을 잃어가는 단풍이 마지막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식물원건물 뒤편 쓰레기장에서 마지막 생을 화려하게 피워낸 펜타스 Pentas 큰꿩의비름에 몰려와 혈투를 준비중인 등에와 사마귀, 온실밖은 이렇게 치열하다. 온실 안에서는 스웨디시 아이비 Swedish Ivy 가 바람도 스쳐지나가지 않는줄 알면서 담정너머로 뺀 목을 거둬들이지 않는다. 구즈마니아 마그니피카 Guzmania magnifica. 백설공주라는 별명처럼 하얀 눈이 덮혀있다 애크미아 파시아타 Achmea faciata 송곳처럼 날카로운 분홍빛 꽃잎이 매력적이다. 언네임드크로톤 Unnamed Croton 이라는 명패를 붙여놓았는데 이름없는 크로톤이라는 뜻인지 본래 이름이 그렇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찾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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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풍경 landscape 2020. 11. 1. 10:37
몇 분 늦은 기상시간 만큼 일출 촬영타임도 늦었다. 그럼에도 고층에 살다 보니 이런 호사를 다 누린다. 지난 여름에 의사폐업을 한 동서 내외와 대청호를 걷다가 들깨 터는 농부를 만났다. 올해 시월의 마지막날은 우연히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한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SNS를 통해 아침부터 날아들었다. 마침 핼러윈데이다. 코로나19가 횡행하는 와중에 핼러윈(Halloween)은 왜 또 한반도의 이태원을 들썩일까. 다음백과를 참조하면 할로윈은 고대 브리튼과 아일랜드에 거주했던 켈트족의 문화에서 유래했다. 켈트족은 한 해에 네 번 축제를 열었는데 매년 10월 31일에 열리는 ‘삼하인(Samhain) 축제’ 가 그 중 하나다. Samhain은 겨울이란 뜻이다. 켈트족 달력에서 11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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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한 바퀴풍경 landscape 2020. 10. 24. 22:40
메타세콰이어 Metasequoia glyptostroboides 양미역취 tall-goldenrod 메리골드 Marigold 저녁햇살이 장태산 메타세콰이어 사이사이로 봄빛인양 파고든다. 18층 사는 친구내외와 문대통령 내외가 걸었다는 숲길도 우연히 걸었다. 곶감의 도시 영동의 관문인 영동1교는 무지개다리로 상징된다. 영동에 사는 외사촌 형이 십여년 전에 불귀의 객이 되었는데 병마에 시달리던 형수마저 뒤를 따라갔다. 외가 식구는 수명이 짧은 편이다. 금산에 살던 외숙과 외숙모만 기억이 난다. 집에서 쑨 토실한 두부를 가늘게 송송 썰어 들기름 두르고 노릿노릿하게 볶아낸 두부볶음이 그렇게 고소해서 맛나게 먹던 기억이 지금도 혀끝에 맴돈다. 아내한테 부탁을 해봐도 그 때 그 시절 맛은 전설로 남을 뿐이다. 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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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사 永平寺 구절초풍경 landscape 2020. 10. 18. 15:50
흰색 구절초는 순결하다 언제 보아도. 감물을 들인 천을 뜰에서 말리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장마로 구절초 역시 흉작이다. 코로나19 아니어도 축제는 못했을 것 같다. 대웅보전의 삼존불은 왜 이리 참하게 보일까. 못보던 탑이 서 있다. 일명 진신사리영평보탑, 미래의 국보를 목표하여 정림사지오층석탑을 모방하였다고 안내하고 있다. 아이보리색 구절초가 아련한 느낌을 준다. 분홍색 구절초는 언제 보아도 밝고 화사하다. 여래입상은 빨간 장미를 탐하는 것일까? 어느 여인이 바치는 상사화일까? 뒤적여보니 나태주의 구절초가 쏙 들어온다. 영평사 ktk84378837.tistory.com/446 ktk84378837.tistory.com/3674 ktk84378837.tistory.com/6102 ktk84378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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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산성시장 山城市場풍경 landscape 2020. 9. 30. 20:28
붉은 햇살 아래 차양막 열기로 한가위 인절미가 익어간다 고춧가루 반죽은 치열한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변신은 무죄라고 외친다 이 정도 되어야 전통시장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나지 봄에 뜯어 삶아 냉동실에 숙면하던 쑥을 녹여 익히는 동안 한켠에서 먼저온 손님의 쑥떡을 잘라 비닐봉지 포장작업을 한다 들마루에선 인절미 담을 비닐봉투 뒤집기 작업을 하고 안쪽에선 원심력과 구심력을 이용해 찹쌀가루와 쑥을 치대는데 요로코롬 이쁘다 기름집에는 쑥인절미 하는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는데 희한(稀罕)하다, 떡집에는 떡 하는 사람이 없다 한발짝 트니 둥근잎나팔꽃을 키우는 집도 있고 미인을 키워 항시 대기시키기도 하지만 코로나19 탓일까 속이 갑갑하데 수도꼭지에서 터진 콸콸지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오늘은 팔릴까 찰지게 맛난 저 가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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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호(陜川湖)풍경 landscape 2020. 8. 19. 22:21
50여일간의 장마가 끝났지만 아직도 거대한 물줄기를 토해내고 있다! 할퀴고 간 상처와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수면은 잔잔하다. 코로나19를 최대한 멀리한 둘째 내외와 손녀의 풀빌라 여름휴가에 동행하다 보니 이런 장면을 경험한다. 陜은 좁을 협 혹은 좁을 합, 땅이름 합.듣자하니 한반도에도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운석구가 있다 한다. 이를 보통 크레이터(crater)라고 하는데 화산 폭발, 운석 충돌, 핵폭발 등 거대한 충격으로 인해 천체 표면에 생겨나는 거대한 구덩이의 총칭이다. 화산 크레이터를 '분화구', 운석 크레이터를 '운석공'이라 부른다. 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 등 분화구는 익숙하지만, 우리나라에 운석공이 있던가? 있다. 몰라서 못 갔지만 경상남도 합천군 초계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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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A Rainbow풍경 landscape 2020. 8. 10. 18:26
시골집 정겨운 토담이 장맛비로 무너져내려 고샅길을 막아 차량통행이 어렵다는 이장의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다음 주까지 많은 비가 예보되었기에 물먹은 밑둥이 넘어지면 두 번 일이지 싶어 넘어지지 않은 부분까지 중장비를 불러 헐어내었다. 일하라고 비도 잠깐 멈추어주었다. 축담공사는 장마가 지나간 연후의 일이다. 하늘이 무심하여 마을의 농작물들도 많은 수해를 입었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그나마 피해가 약하니 다행스럽다고 해야하나. 잠깐 그친 장마 틈새로 빨주노초파남보 트릿한 무지개가 늦은 아침을 열었다. 아파트 고층에서 살다보니 돈주고 못살 이런 혜택이 다 있다. 구름모자 쓴 산할아버지 계룡산쪽 서녘에서 수해보듬을 의인이라도 나타날 것인가. 워즈워드처럼 가슴이 뛰지는 않았어도 기대감은 한껏 충만했다. 독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