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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장산 구절사(龜截寺)
    문화 culture/불교문화 Buddhist culture 2017. 6. 17. 22:05

    더위와 가뭄에도 모감주가 노랗게 벌기 시작했다.

     

    가래나무. 열매는 추자라 한다. http://ktk84378837.tistory.com/4734

     

    가래나무과의 호두나무. 추자는 타원형으로 갸름한 편인데 호두는 둥글다. http://ktk84378837.tistory.com/4248

     

    능소화. 대표적인 여름꽃. http://ktk84378837.tistory.com/2926

     

    곰딸기. 곰이 좋아하나? 일명 붉은가시딸기.

     

    산수국도 골짝마다 분홍색 흰색 남청색 꽃망울을 터뜨린다. 헛꽃부터 피기 시작했다.

     

    날개알락파리.

     

    사슴풍뎅이 암컷.

     

    긴알락꽃하늘소. 일명 광대꽃하늘소.

     

    큰자루긴수염나방.

     

    구절사 입구는 큰기린초가 흐드러졌는데 꽃대궐의 유혹에 배추흰나비며 온갖 곤충들이 날아들어 방창의 흥을 돋구고 있다.

     

     

    몇 년만의 구절사행이다. 옥천의 상동부락 서북쪽에 우뚝 솟아있는 식장산(食欌山) 영축봉 아래에 자리잡은 법주사 말사이다. 1393년(태조 2) 무학(無學)대사가 거북 모양의 바위 떄문에 영구암(靈龜庵)이란 이름으로 창건했는데 언제 왜 누가 구절사(龜截寺)라고 했는지에 관한 기록이 없단다. 대웅전 아래서 올려다 보니 칠성각이 지붕 위에 세운 것처럼 보인다. 1950년 무렵 대웅전을 중건하였고, 1979년 칠성각과 산신각을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웅전 측면에 수형이 둥글고 잎이 무성한 목련과 그 옆에 보리밥나무가 이제 막 익어가기 시작한 열매를 치렁치렁 매달고 있다. 그 아래서 김밥천국에서 사온 김밥으로 소풍을 한다.

     

    어디서 떨어진 씨앗인지 언덕배기에 한 포기 당근꽃이 탐스럽게 벌었다.

     

    마당엔 빨래꽃이 꽃보다 눈부시다.

     

    뒤꼍엔 순둥이가 짖지도 않는다. 골짝의 개들은 집이 떠나가라고 날을 세워 간담이 서늘한데 절간의 개들은 꼬리 흔들기에 바쁘다. 그 차이가 뭘까 하고 일행끼리 의문을 주고 받는데 주인 따라 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웅전 뒤 절벽에 아슬아슬 매달린 삼성각과 산신각.

     

    산신각의 산신탱.

     

    삼성각의 칠성탱. 삼성은 독성(獨聖), 산신, 칠성(七星)을 이른다. 이 중 독성은 석가처럼 스승없이 독각한 자요, 산신은 단군신이요, 칠성은 북두칠성을 여래로 모신 것이다.

     

    삼성각에서 내려다보이는 대웅전 지붕.

    구절사는 2009년 봄 식장산 대형 화재가 있었으나 유독 이곳만 피해를 입지 않았었다.

     

    삼성각에서 올려다 보이는 절벽 위의 고사리.

     

    보랏빛 꽃이 핀 무 잎말이 속에는 가시노린재가 방석을 깔았는데 그 시원한 자리를 홍비단노린재가 탐탐호시 노리고 있다.

     

    요사채 앞쪽으로는 물건너온 섬초롱을 흐드러졌다.

    고촉사 https://ktk84378837.tistory.com/5505 광수사 https://ktk84378837.tistory.com/8401 구절사 https://ktk84378837.tistory.com/8185 

    복전암 https://ktk84378837.tistory.com/6407 여경암 https://ktk84378837.tistory.com/8449 옴사 https://ktk84378837.tistory.com/7942

     

     

    구절사 - 이강산(1959~)

     

     

    허물어진 산신각 터 벼랑 끝은 가을이다

     

    벼랑 아래 가을은 어쩌다, 저토록 깊어서

    손금 가늘고 빛이 옅다

    이 가을에 닿기 전 쉰 번쯤 고비를 넘겼을 듯하다

     

    도토리 한 분 집 떠나는 소리가 우레다

    빈 손, 먼 길 아니더냐

    물어올 듯 꽉 다문 입술이 붉다

    홀로 걸어와 모르겠노라, 고요히 나도 붉은 침묵이다

     

    품고 온 사람 모두 부려놓았는지

    저 가벼운, 투명한 나비 한 마리, 채송화 못 본 척

    돌 숲으로 총총총 걸어가는

    도토리도 나도 신발 끈을 고쳐 묶는 구절사

     

    벼랑 끝에 홀로 선 가을도 어언 벼랑 끝이다

     

     

    구절사는 언제나 벼랑 위에 얹혀 있다. 벼랑 위 가까스로 몸을 지피고도 그 뒤로는 또 하나의 벼랑이 걸려 있다. 그렇게 벼랑 위에 벼랑이 몸을 뒤튼다.

    그곳으로 뱀처럼 구불거리는 아홉 개의 굽이 이어가서야 닿을 수 있는 곳. 그새 구절사의 가을 풍경도 어느덧 ''자를 달기 시작했다. 벼랑 끝으로 몰린

    산신각은 허물어져 있고, 그 벼랑 끝에 서 있는 가을도 벼랑으로 깊어 간다. 가을의 중심에 닿기 위해 가을은 쉰 번쯤 고비를 넘겼을 것이다. 그렇듯

    고즈넉하고 정적인 풍경을 울리며 당차게 도토리 한 분 땅으로 구른다. 깊은 침묵 속에 그 소리도 우레처럼 쏟아진다. 도토리 하나와 홀로 걸어온 나는

    동병상련. 붉은 입술과 붉은 침묵으로 깊게 깊게 물들었다.

    가을에는 숨어 있던 길도 비로소 드러나는 법. 가을도 그 길 따라 홀로 제 길 떠나려 한다. 그 곁에서 도토리와 나도 함께 신발 끈을 고쳐 묶는다.

    구절사는 그렇게 길 떠나고 다시 길로 와 닿는 곳. 그 벼랑에 선 가을도 어느새 벼랑 끝에 닿아 있다.

    가을은 이렇게 모두 어디에 가 닿는 때. 길은 마을에 닿고 가을은 길의 벼랑 끝에 닿는다. 그대와 나의 그리움도 저 숲에 닿아 빈 가지 사이 올려다보는

    허공에 깊디깊은 벼랑을 파고 있다. - 김완하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14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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